항소심 재판부 "사회 전체 위해 옳은 행위" 벌금 선고한 원심 파기
"내부 고발 명예훼손 여부 판단할 때 공공성 충분히 고려해야"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폐기물 처리업체의 부조리를 내부고발한 환경미화원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위기에 놓였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내부고발의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더라도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공공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며 1심과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충북의 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A(49)씨 등 2명은 2015년 10월 26일 오후 4시께 군청 정문 앞에서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A씨 등은 확성기로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할 업체에서 불법으로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했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통을 제작해 폐수 방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폐기물관리법에 반하는 불법 폐기물 수거를 지시하고, 장애인인 직원을 막말로 협박하거나 근무시간에 직원들을 사장의 개인적 사역에 동원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집회를 통해 이 같은 폭로가 반복되자 이 업체 대표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의)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 등을 고소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은 "주장한 것은 모두 사실이고, 일부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허위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와 B씨의 유죄를 인정, 각각 벌금 5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며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볼 수 없는 만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판시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9일 A씨 등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과 같은 '내부고발' 행위를 수사처럼 엄격한 확인을 요하게 한다면 명예훼손죄에 얽매어 내부의 부조리를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또 "내부고발은 조직 차원에서 보면 불복종, 규범의 일탈이지만, 사회전체로 보면 범죄예방에 기여하는 옳은 행위"라며 "법원도 내부고발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공공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배치된다거나 피고인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의 폭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라고 덧붙였다.
위법성의 조각이란 범죄 행위의 조건이 인정돼도 특별한 사유가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310조에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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