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예멘 폭격에 이용 가능성…거래 취소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 정부가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무기 거래로 곤경에 빠졌다.
야당은 사우디와의 계약에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비난하고 있고, 국제인권 단체는 사우디에 전달된 무기가 예멘 내전에서 민간인 살상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계약 해지를 촉구했다.
그리스 야당은 27일 의회에 출석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파노스 캄메노스 국방장관에게 사우디와의 무기 거래의 불투명성을 집중 질의하며 공세를 펼쳤다.
제1야당 신민당 등은 그리스 정부가 사우디와 체결한 6천600만 유로 규모의 잉여 미사일 판매 계약이 그리스 법이 금지하고 있는 중개인이 개입한 가운데 변칙적으로 이뤄지는 등 투명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며 국방장관의 해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리스 국가안보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KYSEA는 지난 3월 치프라스 총리가 회의가 주재한 회의에서 사우디로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으나, 거래 과정에서 중개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며 그리스 검찰이 최근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리스 반(反)부패법은 부패 가능성을 우려, 국가 간의 거래에서 중개인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는 치프라스 총리에게 한 질의에서 "정상적인 나라라면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총리가 국방장관의 직무를 정지시킬 것"이라며 "캄메노스 장관에게서 정부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협박을 당하고 있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캄메노스 장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우파 그리스독립당과 연대, 전체 의석(300석)의 절반을 겨우 넘긴 153의 의석을 확보해 간신히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스독립당의 의석은 9석에 불과하지만, 그리스독립당이 이탈하면 치프라스 정부는 정권을 내놔야 하는 형편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에 대해 "사우디와의 거래는 중개인 없이 두 나라 간의 합의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며, 야당의 공세는 정부를 무너뜨려 그리스를 불안으로 빠뜨리려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캄메노스 장관 역시 "거래 과정에서 어떤 범법 행위도 없었다"며 중개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인물은 사우디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공인된 사우디 측 대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와의 거래 대금은 고스란히 그리스 국고로 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는 사우디가 그리스로부터 구입한 무기를 예멘 내전에서 민간인 살상용으로 쓰일 소지가 있다며 그리스 정부에 계약 철회를 촉구했다.
예멘 내전은 2015년 3월 사우디가 시아파 반군 후티 세력 확장을 막겠다며 개입해 국제전으로 비화, 현재까지 8천600여명이 폭격과 교전 등으로 숨졌고, 약 2천명이 콜레라로 사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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