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법, 28일 예비심리 개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식민지배 시절 영국 군경으로부터 고문과 성폭행 등을 받았다면서 키프로스 무장독립군 출신 35명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이 28일(현지시간) 이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영국법을 적용할지 아니면 키프로스법을 병행 적용할지를 두고 예비심리를 벌인다고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1950년대 영국의 식민지였던 키프로스에서 무장 독립투쟁을 펼쳤던 '전국 키프로스 전사 조직'(Eoka·에오카) 출신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35명이다. 이중 2명은 여성이며, 대부분은 90대의 고령이다.
에오카 전우회 타소스 소포클레우스(84) 회장은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가디언에 예비심리는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원고로 참여한 한 여성은 16세 때 산림 개간지에서 영국인 군경들로부터 강간을 당한 뒤 수일 동안 에오카와 연루를 실토하라는 잔혹한 심문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은퇴한 교장인 소포클레우스 회장은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 우리는 자유, 그리스와 통합을 위해 싸웠다. 우리는 주민투표를 통해 이를 압도적으로 찬성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고문하고 살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산악지대에서 한 무리의 에오카 대원들을 이끈 그는 1956년 체포된 뒤 17일간 당했던 고문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군경 보안부서에서 조직적인 구타들을 당했고 이로 이해 잘 듣지 못하고 척추와 무릎 손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에서 26개월간 복역하다가 로도스 섬으로 추방된 뒤 키프로스가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 비로소 석방됐다.
소포클레우스는 "우리는 양국 사이의 긴장 때문에 이런 일들을 법원에서 다투지 않았으면 하지만 우리 사례들은 케냐인들의 것과 다르고 그들처럼 우리는 (영국 군경이 고문했다는) 인정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케냐인들의 사례는 이른바 '마우마우 저항운동' 소송이다.
지난 2012년에 영국 고법은 1950년대 영국의 식민지였던 케냐에서 마우마우 저항운동이 일어났을 때 식민지 정부로부터 학대와 성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 케냐인 3명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마우마우는 케냐 최대 부족인 키쿠유족이 결성한 반(反) 백인 테러단체로 1963년 케냐가 독립할 때까지 저항운동을 이끌었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고법 판결이 나오자 1년 뒤 법원 결정 없이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1천990만파운드를 배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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