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경찰도 못믿어"…드라마 속 '홍길동'들

입력 2017-11-29 09:00   수정 2017-11-29 10:52

"검찰·경찰도 못믿어"…드라마 속 '홍길동'들

"불신의 시대…공권력 벗어난 히어로 활약 기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검찰, 경찰도 못 믿겠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드라마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경찰, 검찰을 믿지 못해 직접 사건 해결에 나서는 각종 '홍길동'들이 그려지고 있다.

대형 비리 사건이 잇따라 터지고, 최고 엘리트들이 연루된 공권력 비위가 속속 적발되는 현실과 맞물려 드라마가 검찰, 경찰 조직을 꼬집고 있다. 경찰과 검찰을 믿지 못하면 '홍길동'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 특검에서 증거 사라지고, 경찰이 피해자 위험에 내몰고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에서는 총리, 시장, 대학총장, 부장검사 등이 연루된 대형 비리를 캐라고 특검이 가동됐는데, 특검 안에서 핵심증거가 사라졌다. 특검 검사가 그 증거를 빼돌린 것. 그 이전에 부장검사는 압수수색 정보를 흘리며 후배들의 수사를 방해했다.

OCN 주말극 '블랙'에서는 경찰 동료들이 몇 번이고 사선을 넘나들며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데 버젓이 한 사무실을 쓰는 동료 경찰이 매수돼 그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에게 제보했다. 급기야는 납치당해 살해당할뻔하다 탈출한 피해자를 다시 납치범의 손에 넘기기도 했다.

둘 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tvN 주말극 '변혁의 사랑'에서도 재벌가에 일일이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재벌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검사가 등장하고, 지난 16일 끝난 SBS TV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검사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 수사가 안 풀리자 증거를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어버렸다.

이 같은 상황은 현실과 맞물린다. 전 청와대 고위직에 대한 검찰 조사에서 '황제 조사' 논란이 벌어지더니, 현직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그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마녀의 법정'의 강병택 KBS CP는 29일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공권력의 비리를 드라마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 우리가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CP는 "모든 게 음모론으로 보이고 공권력을 믿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분위기가 안타깝지만 실제로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너무 많지 않았냐"면서 "앞으로는 드라마에서 그런 비리 캐릭터를 안 봐도 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검찰·경찰 대신 나선 '홍길동'들

드라마 속 '홍길동'은 다양한 모습이다.

KBS 2TV 수목극 '매드독'은 재벌과 수사기관이 결탁한 속에서 보험사기 사건을 파헤치는 사조직 '매드독'의 활약상을 그린다. 처음에는 '매드독' 구성원들도 보험회사 조사팀 일원이었지만, 조직과 사회 시스템이 썩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것을 보고 사조직을 결성해 '홍길동'이 됐다.

'매드독' 대장은 가족의 죽음과 연관된 보험 사기 사건을 파헤친다. 이 과정에서 믿었던 경찰도 매수돼 배신하고, 검찰총장마저 얼마든지 진실을 놓고 거래가 가능한 인물로 그려진다. '매드독'은 이들이 던져놓은 장애물을 아슬아슬하게 뛰어넘으며 진실을 향해 가고 있다.






'블랙'에서는 무려 저승사자가 '홍길동'이 됐다. 저승사자는 재벌이 돈으로 막아놓고 조작한 일들을 경찰이 밝혀내지 못할 때마다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준다. 저승사자가 SNS에 결정적 증거를 뿌리고, 초능력을 발휘해 경찰의 손이 닿기 전에 한발 앞서 범인을 잡는다.

'마녀의 법정'에서는 특검이 열리기 전, 검찰 조직을 믿지 못한 검사들이 옷을 벗고 나와 은밀하게 비리 사건을 파헤치다 죽을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지난 5일 끝난 MBC TV '도둑놈 도둑님'에서도 변호사 출신 도둑 'J'가 경찰과 검찰 대신 친일파의 뿌리 깊은 악행과 비위를 파헤쳤고, 16일 끝난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힘없는 아줌마들이 모여서 성희롱 교장을 혼내주고 교육감 선거 비리를 파헤쳐 세상에 알렸다.

또 지난 7월 끝난 MBC TV '파수꾼'은 아예 범죄 피해자 유족들이 모여서 정의를 실현하는 조직 '파수꾼'을 만들어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OCN이 다음달 16일 선보이는 새 주말극 '나쁜 녀석들 - 악의 도시'는 부패한 권력을 악으로 응징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검사, 전직 조직 폭력배, 남의 실형을 대신 살고 있는 조폭 조직원 등이 악의 카르텔을 끊기 위해 모이며 이야기가 시작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없어져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것 같고, 권력층이 서로 결탁한 비리가 너무 많으니 공권력을 벗어난 히어로의 활약을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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