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산…"실지급금은 최대 400억~500억유로"
내달 탈퇴조건과 FTA 협상 병행 가능성 커져
(런던·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유영준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의 최대 쟁점인 이른바 이혼합의금에 대한 합의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 출신의 필 호건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협상 의제 첫 부분(EU 재정분담금)에 대한 합의를 얻고자 EU 27개 회원국의 요구들을 충족하는 쪽에 아주 가까운 제안을 내놨다는 사실을 아주 환영한다"고 밝힌 것으로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호건 집행위원은 "아직 합의된 건 아니지만 상대측에 거주하는 시민 권리에 관한 협상도 많은 진전을 거뒀다. 세 번째 이슈는 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어려운 이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재정합의금과 관련해 지난 24시간 동안 이룬 진전을 본 것처럼 이 사안(아일랜드 국경)도 며칠내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EU 측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재정분담금 관련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합의가 내주 타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와 텔레그래프는 협상 소식통들을 인용, 양측 협상팀이 영국이 EU 재정분담금을 일시불이 아닌 최대 40년에 걸쳐 그때그때 지불 기일에 맞춰 부담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영국이 1천억유로(약 127조6천억원)의 EU 재정부담을 떠안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수십년에 걸친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지급금은 절반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고,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450억~550억유로(약 57조5천억~70조2천억) 사이를 지급키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EU 측이 구체적인 재정분담금 요구액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EU 요구액이 최소 600억유로라는 보도들이 많이 나왔다. 영국 측은 회원국으로서 했던 재정분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이런 방안은 지난주 테리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 수석보좌관인 올리 로빈슨이 EU 집행위와 논의를 통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은 영국 측의 이런 제안이 브뤼셀에 있는 EU로부터 "광범위한 환영"을 받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협상팀들이 이런 재정분담금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면서 EU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메이 총리가 내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개선된' 제의를 공식전달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내달 14~15일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재정분담금, 상대측 시민 권리 보호, 북아일랜드 국경 등을 의제로 한 탈퇴조건에 관한 협상에서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고 판단해 영-EU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관계에 관한 협상을 병행하는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영국 언론들은 관측했다.
FT 등이 보도한 재정분담금 방안은 영국이 책임질 세부항목들만 정하고 실제 지급은 그때그때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영국이 지급할 이혼합의금 규모는 정산이 끝날 때까지 확정되지 않는 셈이다.
EU 측 한 협상가는 "당장 수치는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때가 되면 지불한다'는 4단어"라고 강조했다.
양측은 미래 짊어질 분담금을 놓고 서로 계산법을 적용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EU 기구 직원들이 미래 받게 될 퇴직연금에 대한 영국 부담액을 놓고 영국은 35억파운드(약 5조3천억원)를, EU 측은 110억파운드(약 16조5천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U 직원들이 앞으로 낼 퇴직연금 기여금과 퇴직연금 자산의 미래 운용수익률 등 가정치들을 서로 유리하게 끌어다 붙인 탓에 책임질 몫이 달라진 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가난한 회원국을 지원하는 EU 프로젝트와 EU 예산 상당 부분이 투입되는 농업과 어업 지원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것들이어서 지원 규모가 유동적이다.
한편 영국 내 브렉시트 강경파 등에서는 이런 재정분담금 방안에 대한 거센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브렉시트파는 EU 탈퇴로 사라지는 EU 재정기여금을 국민보건서비스(NHS) 등으로 돌릴 것이라며 설득해왔는데 이번 재정분담금 합의 규모는 이런 주장과 상반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EU 요구에 "굴복했다"고 썼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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