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강도살인 행각을 저지른 뒤 17년간 신분을 숨기고 살아온 중국 금융회사의 고위 임원이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매일경제신문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상하이 중잉(中영)금융정보서비스공사의 마린위(馬林宇) 부회장이 지난 2000년 발생한 형사사건 용의자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29일 전했다.
온라인 소액대출 사업을 위주로 하는 중잉금융은 중국 전역에 200여 개 지점, 4천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는 중국 최대의 개인간(P2P) 대출 중개업체 중 한 곳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돼 있다.
중잉금융 측은 "마린위 사건은 17년 전의 개인 행위로 회사와는 무관하다"며 "그는 중잉금융의 주주도 아니며 회사 내 직책에서도 모두 해임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경찰에 체포된 마 부회장은 17년 전 자(겹<우부방夾>)모씨 등 3명이 저장(浙江)성 주지(諸기)시에서 택시기사를 상대로 벌인 강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다. 당시 이 세 명은 400위안과 휴대전화 2대를 빼앗은 뒤 택시기사를 살해했다.
자씨는 당시 인접한 안후이(安徽)성에서 일자리를 찾아 주지시로 옮겨왔다가 일을 찾지 못하자 2명의 안후이 출신 동료와 팀을 이뤄 택시강도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한 명은 택시를 몰고 집으로 갔다가 며칠 만에 경찰에 체포된 뒤 범죄사실과 공범을 자백한 뒤 사형에 처해졌다. 두 번째 용의자는 2010년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자씨 만이 사건 발생 후 가족과 연락을 끊고 계속 도망 다니며 2009년 새 신분증을 구입해 성명을 '마린위'로 바꿨다. 주지일보는 자씨와 마린위가 동일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 사이 자씨는 결혼도 하고 딸도 얻었다. 부인이 시부모님을 만나자고 해도 마 부회장은 자신이 고아였고 증오하던 한 가족에 입양돼 커왔다는 거짓말로 빠져나갔다.
신분세탁 후 교통은행 신용카드센터 등에서 일하던 그는 2013년 중잉금융의 창업 멤버로 합류해 승승장구하며 부회장 직책까지 올랐다. 중잉금융 계열사의 법정대표도 겸직하며 11개 계열사에서 그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액만도 모두 1억7천만 위안(278억원)에 이른다.
한 수사경찰은 "자씨가 상하이에 금융회사를 차려 온·오프라인 대출사업을 벌이며 큰돈을 벌었다"고 전했다. 마린위는 체포 당시 20만 위안(3천300만원)짜리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었고 애스턴 빌라 브랜드 자동차를 몰고 있었다. 현재 그의 보유자산의 10억 위안(1천7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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