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김중수 전 총재와 대조…임기 4개월 남겨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말을 눈앞에 두고 취임 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이주열 총재가 2014년 4월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총재 체제에서 첫 인상이기도 하다.
앞선 이성태(2006년 4월∼2010년 3월), 김중수(2010년 4월∼2014년 3월) 총재들이 임기 초반에 5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이들과는 정반대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의 취임 이후 대내외 경제는 금리를 인하해야 할 상황으로만 흘러갔다.
경기 회복세가 미진했고 대외적으로는 통화전쟁이 확산했다.
2014년 8월 한은은 이 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연 2.50%→2.25%)했다.
당시 세월호 사태 이후 국내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8월에야 기준금리를 인하해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 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한은은 두 달 만인 2014년 10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2.25%→2.00%) 인하했고 이듬해인 2015년 3월 다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00%→1.75%) 내렸다. 기준금리 사상 첫 1%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15년 5월 말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변수가 돌출했다. 한은은 6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1.75%→1.50%) 내렸다.
지난해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로 내렸다.
이 총재 취임 후 2년 2개월간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내린 셈이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연 1.25%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재는 논란과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4년 9월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으로 한은의 독립성 논란을 빚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가 내려간 후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들면서 이 총재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3년 7개월간 기준금리 인하와 동결만 반복하던 금통위 결정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5개월 전, 이 총재의 입을 통해서였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한은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경기 회복세가 지속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 내리기만 한 이 총재가 처음으로 시장에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는 '깜빡이'를 켜는 순간이었다.
그 뒤 금리 인상 조건도 무르익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 행진을 이어갔고 설비투자도 덩달아 활기를 띠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이어 6월에도 정책금리를 올렸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금통위원 가운데 1명이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냈고 2명이 조만간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1.4%로 집계되며 올해 3% 성장 가능성이 기정사실이 됐다.
이달 초에는 중립 성향으로 평가받는 함준호 금통위원마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결국 이 총재는 임기 4개월을 남기고서야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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