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572명 생계 터전 앗아간 서문시장 화재 1년…"여전히 고통"

입력 2017-11-29 17:19  

상인 572명 생계 터전 앗아간 서문시장 화재 1년…"여전히 고통"

9개월 만에 장사 시작한 대체상가에 손님 없어…관리비 내기도 빠듯

트라우마 호소 상인도 있어…대구시 옛 4지구 복합재건축 추진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지난해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에서 점포 679곳이 타버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됐으나 피해 상인은 여전히 생계 걱정에 시달리는 등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체상가에 입주했으나 예전만큼 장사가 안돼 한 달 평균 20만원 가량인 점포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가 하면 수면장애 등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 상인도 있다고 한다.

당시 큰불 피해로 한순간에 생계 터전을 잃은 4지구 상인은 뿔뿔이 흩어졌다가 9개월 만인 지난 8월 시장에서 25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대체상가 베네시움(지상 9층)에 입주했다.

29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현재 4지구 상인 572명 가운데 246명이 이곳 1∼4층에 점포를 마련해 한복,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나머지 상인도 입점을 희망하면 5∼7층에 곧바로 점포를 낼 수 있다.

시는 지난 1월 베네시움이 대체상가로 결정 나자 56억원을 들여 내부 시설을 보수했다.

또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와 베네시움 관리단은 입주일로부터 2년 6개월 동안 피해 상인이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내고 점포를 사용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대체상가를 찾는 손님 발길이 뜸해 입주 상인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대체상가에는 손님이 없는 빈 점포에 앉아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거나 복도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반면 옛 4지구가 있던 서문시장 안 골목과 주변 점포 곳곳은 여전히 오가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대체상가 한 상인은 "대체상가 입주로 재기를 꿈꿨으나 손님이 거의 찾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어 고통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또 화재 트라우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해 지금도 술을 마시고 잠드는 생활을 반복하는 상인도 있다고 한다.

대구 중구보건소에 따르면 4지구 화재로 심리상담을 받은 상인은 모두 26명이다. 이 가운데 3명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상인회 오성호(51) 회장은 "아직 대체상가를 알지 못하는 시민이 많은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다"며 "상가 활성화를 위해 상인도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화마로 타버린 4지구를 주변 1지구 상가, 공영주차장 건물과 연계해 복합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1지구 상가(지상 2층)를 허문 자리와 공터로 남아 있는 4지구 터를 합친 자리에 건물 2동을 짓고 지상 7층인 시 소유 공영주차장 건물을 철거한 자리는 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1·4지구와 공영주차장 전체 터 밑에는 주차장을 건립한다.

공영주차장 건물을 철거하고 그 밑 공간에 주차장을 만드는 비용은 시가 모두 부담한다.


시는 최근 1·4지구 상인, 점포 소유주 등을 상대로 1차례 설명회를 열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1·4지구 점포 소유주 대표, 서문시장상가연합회, 중구청, 대구도시공사 등과 협의체를 꾸려 복합 재건축 추진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체상가 활성화를 위해 지금까지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으나 상권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많이 안타깝다"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상인과 힘을 합칠 것이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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