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감독 "자신의 주무기 필요" 조언
(고양=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의 센터 이종현(23·203㎝)이 수훈 선수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만 하고 나갔다.
이종현은 2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경기에서 14점, 6리바운드로 팀의 94-93 승리에 힘을 보탰다.
덩크슛 5개를 작렬하는 등 2점 야투를 7개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이종현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지난주 뉴질랜드 원정, 중국과 홈 경기에 출전했다.
뉴질랜드와 원정에서 6분 29초를 뛰며 2점, 2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종현은 26일 중국과 홈 경기에서는 17분 44초간 나와 9점, 2어시스트, 1리바운드의 성적을 냈다.
기록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슈퍼 루키'로 1순위 지명을 받고,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에도 도전장을 던졌던 이종현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다.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도 이날 경기에 앞서 "냉정하게 말해 이종현은 지금 대표팀에서 오세근, 김종규, 이승현 다음에 네 번째 센터"라며 "대학 때야 조금만 떠도 리바운드를 잡고, 득점할 수 있었지만 프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재학 감독은 "받아먹는 득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주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현 역시 이날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에 다녀온 소감을 묻는 말에 "벤치에서 구경만 했다"며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중국과 홈 경기에서 져서 아쉽다"고 답했다.
특히 중국 대표팀으로 출전, 한국을 상대로 16점, 11리바운드를 해낸 왕저린(23·212㎝)은 이종현과 같은 나이로 주니어 시절부터 경쟁 관계를 이어온 선수다.
주니어 때는 이종현의 기량이 더 낫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 맞대결에서는 개인 기록이나 팀 승패에서 모두 왕저린이 승리를 가져갔다.
이종현은 "사실 중국 선수들이 높이에 스피드까지 갖춰 조건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수훈 선수로 뽑혀 기자회견장에 들어와서는 마치 '반성문'을 쓰는 듯한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이종현은 "중국과 경기에서는 초반에 공격 시도를 적극적으로 해서 잘 먹혔다"며 "그런데 잔 실수가 나오고 잡생각이 많아지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2018년 2월에 다시 소집될 대표팀에는 서울 삼성의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귀화 절차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현재 센터 가운데 유 감독의 말처럼 '네 번째 센터'인 이종현이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종현은 "저도 그런 점을 알고 있다"며 "저는 하던 대로 열심히 할 뿐이고 대표팀 선발은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저도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는데 아직 (유재학) 감독님 눈에 차지 않는 것 같다"며 "최대한 더 노력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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