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사람 죽어 나가야만 관심"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사람이 죽어 나가야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친구들과 저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습니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 노동인권 실현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30일 "학생 죽음이 반복되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1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회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장실습은 제대로 된 취업도 교육도 아니다. 단지 열악한 노동조건 속으로 직업계고 학생을 밀어 넣는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장실습이 유지되는 한 실습생은 학생으로도, 노동자로도 존중받지 못하고, 다치거나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부는 현장실습을 학습 중심으로 전환하겠다지만 이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 산업체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아무런 유인이 없다"면서 "교육부는 현장실습의 본질적 문제는 외면한 채 또 다른 눈가림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교육부는 시·도교육청, 학교와 하나 돼 현장실습생을 저임금으로 기업에 '파견'하는 용역업체가 돼버렸다"면서 "현장실습 문제 해결에 땜질 처방으로 일관해 매년 사고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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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에서 특성화고 졸업생인 복성현(우리동네노동권찾기)씨는 실업계고 학생들의 열악한 현장실습 실태를 생생하게 고발했다.
지난달 특성화고 졸업반 이민호 군이 제주의 한 음료 공장에서 일하다 기계에 깔려 목숨을 잃는 등 최근 실습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복씨는 "제주 사건을 보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생각났다"며 "기숙사 방 안에서 샴푸가 얼고 철판에 팔이 다 긁혀도,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일하던 친구들과 저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사람이 죽어 나가야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고3 때 거의 들어본 적 없는 현장실습이란 단어보다는 취업이란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면서 "세무사 사무실에 '취업'했는데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초과근무도 기본이었지만, '돈 받고 학원 다닌다'고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에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참아라'는 반응만 돌아왔다. 함께 취업했던 친구 10명 중 1명, 많아야 2명 정도만 현장실습을 나갔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 군 사고에서 드러난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주교육청과 해당 기업에 문책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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