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랜드' 수사 돌고 돌아 '원점'…검찰 스스로 부실수사 인정(종합)

입력 2017-11-3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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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랜드' 수사 돌고 돌아 '원점'…검찰 스스로 부실수사 인정(종합)

재수사 통해 수십 명 청탁자 확인…청탁자 줄소환 조사 '불가피'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2012∼2013 강원랜드 교육생 부정 채용 비리 사건이 최흥집(67) 전 강원랜드 사장의 구속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아울러 최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2명만 업무방해로 기소한 검찰의 기존 수사는 '부실·봐주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써 먼 길을 돌고 돌아온 검찰 수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춘천지검은 30일 최 전 강원랜드 사장과 염동열 의원의 지역 보좌관 박모(45)씨를 업무방해와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최 전 사장의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춘천지법 조용래 부장판사는 "증거인멸·도주우려가 있다"며 "해당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다.

최 전 사장은 2013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과 모 국회의원 비서관 등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서 청탁대상자가 합격할 수 있도록 면접점수 조작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최 전 사장의 구속영장에 드러난 직·간접 청탁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 전 사장의 구속으로 현직 국회의원 등의 줄소환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강원랜드가 자체 내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2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가 발단됐다.

당시 선발 인원 518명 중 493명이 소위 '빽'이라는 청탁으로 선발됐고, 이 과정에서 면접점수 조작 등 부정 채용이 진행됐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1년 2개월에 걸친 검찰의 기존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청탁자는 검찰의 공소장에서 빠진 채 최 전 사장과 권모 전 인사팀장 등 2명만 업무방해 혐의로 4월 기소됐다.

검찰은 기존 수사에서 "현직 국회의원 등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사실상 강원랜드 청탁 비리 사건의 핵심인 청탁자가 빠진 검찰 수사는 '부실·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일었다.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9월 자유한국당 권성동·염동열 국회의원이 부정 청탁을 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검찰은 최 전 사장 기소 후 5개월여 만인 9월부터 강원랜드 청탁 비리 의혹 사건을 전면적으로 재수사했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최 전 사장에게 채용을 청탁한 사람이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수십 명에 달하는 사실을 밝혀냈다.

여러 의혹에도 청탁자들을 '불상의 청탁자'로 표기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기존 수사와 대조적인 결과이다.

최 전 사장의 구속으로 수사에 탄력을 받은 검찰은 청탁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최 전 사장에게 청탁했는지와 이 과정에서 부정 청탁이나 금품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기존 수사 당시 검찰은 청탁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국회의원 소환 조사를 하지 않았고, 일부 비서관도 서면 조사에 그쳐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은 이와는 별도로 권 의원 전 비서관 김모씨 채용과 관련 감사원이 최 전 사장과 당시 인사담당자 A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최 전 사장 등은 강원랜드가 2013년 11월 29일 '워터 월드 수질·환경 분야 전문가 공개채용' 과정에서 실무 경력 5년 이상 지원 자격에 미달하는 김씨를 최종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모든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청탁자를소환 조사하는 등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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