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세요] 왜 아이스하키는 골당 어시스트를 2개까지 줄까

입력 2017-12-01 06:22  

[알고보세요] 왜 아이스하키는 골당 어시스트를 2개까지 줄까

팀의 조직력이 최우선…골과 어시스트에 동일한 가치 부여

NHL, 1골당 3어스시트까지 인정했다가 2어시스트→1어시스트→2어시스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아이스하키에서 어시스트는 좋게 말하면 너그럽고, 나쁘게 말하면 헤픈 편이다.

아이스하키는 한 골 당 최대 2개의 어시스트를 인정한다. A와 B로 이어진 패스를 C가 받아 득점에 성공했을 경우 A와 B에게 어시스트가 주어진다.

농구와 축구 등 대부분의 팀 스포츠가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 어시스트를 부여하는 것과는 큰 차이다.

농구에서는 포인트 가드, 축구에서는 플레이 메이커가 주로 어시스트를 책임지지만 아이스하키에서는 어시스트에 유리한 포지션이 딱히 없다.

가령 수비수 A가 전방으로 뽑아준 긴 패스를 공격수 B가 받아서 샷을 날렸는데, 상대 골리 패드를 맞고 리바운드 됐다고 치자.

그렇게 흘러나온 퍽을 근처에 있던 C가 득점으로 연결했을 때도 A와 B는 어시스트를 인정받는다.

야구로 치환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무사 1루에서 주자 A가 B의 내야 땅볼 때 2루까지 진루한 뒤 C의 적시타 때 홈으로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야구에서는 C에게만 타점을 주지만 아이스하키의 어시스트 규정으로는 B와 C가 모두 타점을 획득하는 꼴이다.

말하자면 골로 연결된 직전 패스(퍼스트 어시스트) 외에도 그 이전 패스(세컨드 어시스트)까지 도움으로 인정한다.

삼각패스와 같은 조직적인 플레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골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에 기여한 선수라면 누구라도 어시스트를 폭넓게 인정한다.

축구의 골키퍼와 같은 아이스하키의 골리도 길게 연결해준 패스가 속공을 통해 골로 연결되면 어시스트를 받을 수 있다.

전성기 때의 마틴 브로듀어 등 스틱을 잘 다루던 골리들이 이를 통해 쏠쏠하게 어시스트를 챙기곤 했다.

다만 그 과정에 상대 수비수가 퍽을 건드리면 안 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는 원래 한 골당 어시스트를 3개까지 인정했다. 하지만 1936-1937시즌부터 2개로 줄어들었다.

이후 NHL은 1945년에 규정을 바꿔 어시스트를 1개로 줄였으나 기록이 연봉으로 직결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다시 2개로 회귀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골과 어시스트를 거의 같은 가치로 취급하는 점이다.

아이스하키는 1골도 1포인트이고, 1어시스트도 1포인트이다. NHL에서는 1998년까지 득점왕, 도움왕 없이 포인트상(아트 로스 트로피)만 있었다.

NHL에서 역대 가장 많은 포인트를 쌓은 선수는 '불세출의 빙판 영웅' 웨인 그레츠키(은퇴·2천857포인트)다.

2위인 야로미르 야거(44)의 1천914포인트와는 격차가 상당하다.

그레츠키는 NHL 커리어 20시즌 통산 894골, 1천963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레츠키의 돋보이는 플레이 중 하나는 상대편 골대 뒷공간을 자기 사무실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한 것이다.

상대 골네트 뒤에서 뽑아주는 패스가 워낙 기막혔다. 사람들은 그 공간을 '그레츠키의 사무실'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레츠키의 탁월한 포인트 업적도 한 골당 어시스트를 2개까지 인정하는 규정이 아니었다면 상당 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아이스하키에서만 왜 유독 골과 어시스트의 가치를 같이 평가해주고 한 골 당 어시스트를 최대 2개씩이나 인정해주고 있을까.

그것은 그만큼 아이스하키에서 골을 넣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 골대의 높이와 너비는 각각 1.2m와 1.8m다. 그 앞에는 골네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체격의 골리가 지키고 있다.

문전까지 가기도 쉽지 않다. 격렬한 몸싸움이 허용되는 아이스하키의 특성상 골문 앞까지 전진하려면 온몸을 던지는 상대 수비수의 육탄방어를 뚫어내야 한다.

아무리 탁월한 개인기가 있어도 혼자 힘으로 골을 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동료와의 협업, 유기적인 팀플레이가 없이는 골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인지 아이스하키만큼 팀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종목도 드물다. 그리고 이런 정신이 아이스하키의 독특한 어시스트 규정으로 발현된 것이다.

NHL 우승컵인 스탠리컵의 전통에서도 단체를 중요시하는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탠리컵이 우승팀에 수여되면 우승팀의 모든 선수에게 최소 하루씩 컵을 자기 집에 보관하는 권리를 준다.

그리고 이 스탠리컵에는 우승팀과 그 팀의 모든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다. 팀워크의 하모니, 그것이 바로 아이스하키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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