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종단 원천 징수 검토
개신교, 설명회 잇따라 개최…소득신고 간소화 시스템도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종교인 과세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이를 위한 소득법 시행령 개정안이 30일 입법 예고되면서 종교계가 분주해졌다.
종교계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종교인 과세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종교계는 지난 27일 기획재정부가 종교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한 이후 내년 과세를 대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새 시행령에 따라 스님들에게 세금 납부를 안내하는 매뉴얼 제작에 들어갔다.
사찰과 스님들이 세금 납부 절차에 익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각 사찰에서 스님들에게 주던 보시를 종단에서 취합해 원천 징수한 뒤 스님에게 주고 세금 납부·신고는 종단이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용구 조계종 총무원 기획차장은 "일선 사찰의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종단이 최대한 행정 편의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발표가 늦어져 준비에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인 제반 상황을 고려해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종교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종교활동비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안도하고 있다. 주지 스님처럼 소임을 맡고 정기적으로 보시를 받는 스님은 과세대상이지만, 산중에서 수행지원비만 받는 수좌 스님이나 학인 스님, 율사 스님 등은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종교인 과세 방안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 왔던 보수 개신교계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종교계의 요구가 많이 수용돼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준비에 나섰다.
대형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는 개신교 내 모든 교단 목회자를 대상으로 정부의 과세 방안과 납세 방법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전국 7개 지역에서 차례로 열기로 했다.
지난 27일 서울·경기를 시작으로 광주(28일)와 전주(29일)에서 이미 설명회가 열렸고, 다음 달에는 제주(12월1일), 부산(12월4일), 대구(12월 5일), 대전(12월 7일)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예장합동은 이와 함께 한국교회법학회와 공동으로 종교인 과세를 문답 형식으로 쉽게 풀어쓴 해설집도 준비 중이다.
진보 성향의 개신교 단체인 교회재정건강성운동도 지난 28일 ''2018년 1월 1일 시행 종교인소득 과세,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새로운 시행령에 따른 납세 방법을 안내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빛누리재단은 내년 초 출시할 예정인 목회자 소득 신고 간소화 시스템 '피택스'를 소개하기도 했다.
피택스는 목회자들이 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신고하고 세액을 납부하려 할 때 온라인상에서 이를 도와주는 세무대리 시스템이다. 교회 관리자가 소속 목회자의 급여 정보를 포함해 필요한 정보를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관리하면 이에 따라 관련 서류가 생성되고 소득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처리된다.
진보 개신교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고소득 종교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며, 종교인과 일반 근로자 간 형평성에도 어긋날 수도 있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는 이미 1994년부터 신부의 월급에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해 왔기 때문에 타 종단에 비해서는 느긋한 편이다.
다만 시행령 개정안이 종교활동비를 과세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그동안 과세대상에 포함했던 성무활동비가 제외되게 되는 등의 변화가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종교활동비에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들이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자세한 지침이 나와야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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