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합리적 기준·국민화합' 사면 원칙 꼭 지켜야

입력 2017-11-30 17:58  

[연합시론] '합리적 기준·국민화합' 사면 원칙 꼭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민생사범 등에 대한 특별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통령 지시를 받고 민생 관련 사범 등에 대해 사면을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사면 시기는 미정이지만 성탄절 사면은 시기적으로 촉박하다고 밝혀 내년 초나 2월 중순 설을 계기로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사면 대상 및 범위와 관련, "법무부의 기본 입장은 사면이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내 사면 대상자 검토 지시를 내렸다. 또 특사 때 공무원들의 경징계 기록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도 나와 정부의 사면 준비가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사면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통합이나 정치적 갈등 극복 등을 명분으로 사면권을 행사해 왔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기념 특사 등 대규모 특사를 단행한 바 있다. 특사 남용 자제를 선언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후 1년이 지난 2014년 1월 설 특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탄핵에 따라 지난 5월 실시된 조기 대선을 통해 취임하면서 시급한 현안이 많아 취임 기념 특사를 하지 못했다. 지난 8·15 광복절 때도 특사설이 나왔으나 '대상자를 분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못했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을 기념하고 국민화합 등 여러 명분 아래 특사를 단행할 여건과 분위기는 조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옛 군주시대 군주가 내리는 은총의 전통에 연원을 두고 있는 만큼 남용돼서는 안 되며, 합리적인 기준과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과거 정권에서도 임기 말에 권력형 비리인사를 사면하거나 비리로 구속됐던 재벌총수 등 힘 있는 사람들을 풀어줘 논란이 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벌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원칙과 기조를 유지하며 사면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법무부가 최근 일선 검찰청에 내려보낸 공문에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 민생사범과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집회, 용산참사 관련 집회,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 등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사람들을 사면 대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다. 진보 성향의 한 단체는 세월호 1주기 집회를 폭력시위로 개최한 혐의로 구속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과 특사를 요구했다. 여권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 정치인에 대한 사면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격 폭력시위를 벌인 '전문 시위꾼' 등에 대한 사면 검토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일고 있고, 자유한국당 등은 '코드 사면'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서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도록 지시한 바 없느냐'는 질의에 "실무 차원의 검토에 불과하고, 다 사면에 포함하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범위를 정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면 준비를 총괄하는 박 장관은 새 정부의 첫 사면이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합리적 기준에 따라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 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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