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264명 인니 수라바야서 전세기로 내일 아침 인천 도착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여행을 갔다가 화산 분화 움직임 탓에 발이 묶였던 한국 국민을 귀환시키기 위한 특별전세기가 도착할 예정인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
현지 교민과 관련 당국 등에 따르면 30일 저녁 현재 주안다 국제공항 국제선 청사는 대체로 한산했으며, 한국인을 포함해 귀국을 앞둔 여행객들의 얼굴에선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전날까지 이 공항은 각 항공사 부스마다 취소된 항공권을 교환하려는 여행객들이 길게는 100m까지 장사진을 쳤으나, 기상 여건 호전으로 화산 분화 위험이 줄고 전세기가 늘어나면서 북새통은 다소 잦아들었다.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됨으로써 수라바야 주안다 국제공항으로 넘어오는 승객도 줄었다. 그런데도 청사 내부에선 화산 분화 가능성에 놀란 표정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더러 눈에 띈다고 현지 당국자가 전했다.
현지 관광업계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들은 차량 정체 때문에 우회 항공편을 놓쳐서 수라바야에서도 며칠간 발이 묶일 형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지난 25일부터 발리 섬의 최고봉인 아궁 화산이 본격적인 분화에 들어가자 발리 국제공항에서 주안다 국제공항으로 가는 공항버스를 임시 운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악한 도로상황 때문에 공항 간 이동에만 20시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해당 교통편을 이용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심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이 대절한 버스를 타고 전날 발리에서 수라바야로 넘어온 한국인 여행객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중에는 85세의 고령자도 포함돼 있었지만 동승한 여행객들과 대사관 직원의 도움 덕분에 다행히 심각한 건강상 문제를 겪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갑을 맞아 고향 친구들과 부부동반 여행을 왔다는 김모(61) 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침 8시 반쯤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거의 새벽 3시였다.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3박 4일이었던 일정이 6박 8일이 돼 버렸다. 한국의 고객들과 약속한 일정들이 모두 어그러져 난감하지만, 지금이나마 돌아갈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혼부부인 자영업자 김승환(35) 씨와 정모(32·여) 씨도 발리 체류 마지막 날 공항이 폐쇄되는 일을 겪었다.
이들은 한국대사관이 버스를 대절하기 전인 지난 28일 일찌감치 공항버스를 타고 발리를 벗어났다.
김승환 씨는 "신혼인데 이런 일이 벌어진 까닭에 가족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수라바야에서 중국 헬프데스크가 활발히 활동하는 걸 봤는데 우리나라도 전세기를 운항하기로 해 안도했고,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세기 탑승 비용과 관련, 애초 취소된 항공권을 제시하면 전액 면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이후 적정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정정되는 등 다소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객 대다수는 정부의 전세기 운항 결정으로 받은 도움에 비하면 비용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친구들과 일정을 맞춰 휴가를 왔다가 발이 묶였다는 회사원 A(40·여) 씨는 "전세기가 운영되지 않았다면 자카르타를 경유해 일러야 내일모레에나 집에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 항공이 운항하기로 한 전세기는 현지시각으로 이날 오후 8시 40분(이하 현지시간)께 수라바야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세기에는 264명의 한국인 여행객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금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세기는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이륙해 이튿날 오전 7시 30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조태영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는 "오늘 중 수라바야와 발리에서 700∼800명의 국민이 전세기와 정기편을 이용해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남아 있는 여행객과 동포분들을 위해 상황실을 계속 운영하고 발리에 직원을 배치해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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