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력 완성' 北 일방적 주장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 천명
北 협상력 키워줄 수 없다는 판단…'美 군사력 동원' 카드 방어용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이 완결됐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3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이 지금까지 미사일 중 가장 진전된 것임은 분명하나 재진입과 종말 단계유도 분야 기술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며 "핵탄두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레드라인'과 오버랩된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견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자신이 언급했던 '레드라인'에 선을 긋고 나선 것은 북한의 ICBM 기술·핵탄두 소형화 기술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북한이 내부 결속의 목적으로 선전하듯 밝힌 내용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거니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술적 근거 없이 북한의 협상력을 키워줄 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를 '레드라인'의 완성으로 보고 북한이 추가적 실험이나 도발을 안 할 것인지 등은 하루 이틀에 판단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이 '레드라인'에 근접했다'는 해석 자체에 선을 그음으로써 한반도의 긴장과 불안감이 지나치게 고조되는 것을 막고자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본토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의 사정권에 들어올 확률이 높아진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본토 방위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 정권의 파괴'를 언급, 무력 사용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의 ICBM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부정한다면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 카드를 어느 정도 제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유엔에서 추진 중인 강화된 대북제재에 지지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반도 내 전쟁만은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과 대화 가능성은 반비례하는 만큼 미국 측의 메시지로 인해 긴장이 계속 고조되는 상황을 막고자 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의견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라인'에 선을 그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내 여론과 정치권을 향한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다.
당장은 북한의 핵 능력 완성 인정을 유보함으로써 국민에게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보회의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되 긴장이 격화돼 불행한 사태가 발현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겠다"며 "국민께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이 북핵 위협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을 반박하면서 현 상황을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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