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대량 피해 '주범'…"불발탄 1% 기준 충족 어렵다" 이유
살상 효과 커 미군 '선호'…인권단체 등 국제사회 비난 거세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미국이 불발탄 문제로 민간인 대량 피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클러스터탄(집속탄)의 사용금지를 무기한 연기했다.
AP통신, CNN 등 미언론은 미 국방부가 오는 2019년으로 예정된 일부 집속탄의 사용금지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톰 크로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점차 어려워지는 전쟁수행 환경에서 집속탄은 여전히 중요하고 안전한 무기라는 게 국방부의 인식"이라고 무기한 연기 배경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국제사회는 집속탄 사용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2008년 사용 중단에 합의한 후, 2010년 8월부터 생산, 사용, 수출을 금지하는 조약을 발효시켰다. 서명국도 100개가 넘는다. 반면 미국은 합법적이고 전술적으로도 중요한 무기라며 이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2008년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대신 발사 후 폭발하지 않는 비율(불량률)이 1% 미만이 되어야 한다는 기준(standard)을 충족하지 못하면 오는 2019년 1월부터 클러스터탄 사용과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로센 대변인은 불량률 1% 미만 기준을 충족하는 집속탄이 전 세계적으로도 전혀 없다며, 오랫동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폭탄 개발에 주력해온 미국도 이 기준을 충족하는 데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미군 지휘부는 현재 미국이 비축 중인 집속탄을 제거하면 "미군에게는 심각한 전투수행능력 부족 현상을 초래, 결과적으로 분쟁 시 미군과 민간인 피해를 더욱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잠재 적에 맞선 미군의 억제 역량도 취약하게 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지휘부의 이런 정서를 반영한 듯 미군 일선 지휘관들은 필요하면 "충분한 양"의 집속탄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미언론은 전했다. 집속탄의 사용량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 사용 확대를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는 풀이다.
패트릭 새너헌 미 국방부 부장관도 AP통신에 미국은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미군과 우방 군에 대한 "의도되지 않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필요한" 효과적인 무기 사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매리 워햄 무기국장 등 비판론자들은 "안전한 집속탄 생산이 어려우므로 비축 중인 '불안전한' 폭탄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 상원의원도 집속탄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은 "국제사회의 외톨이(outsider)로 계속 남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CBU-87B' 등 항공기 등을 통해 발사된 클러스터탄 내에는 테니스공 크기의 자탄(子彈) 수백 개가 들어 있으며, 상당수 자탄은 폭발하지 않은 채 남아 어린이 등 민간인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비인도적인 살상무기로 지목돼왔다.
특히 미 공군의 항공기 투하용 CBU-87B 한 개에는 202개의 자탄이 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축구장 크기 내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집속탄 불발탄 문제는 미국이 군사 개입한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초래하면서 국제사회의 주요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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