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길고 몸무게 가벼울수록 멀리 날지만, 키·몸무게로 길이 제한
스키 최대치는 키의 1.45배…체질량지수 21 넘어야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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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스키 하나에 몸을 싣고 멋지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스키점프.
급경사면을 타고 내려올 때 속도가 붙으며 나는 거친 마찰음이 멈춘 뒤 V자로 스키를 들어 올리며 비행하고 사뿐하게 착지하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출발 게이트에서 내려올 때부터 비상해 눈 위에 안착할 때까지 시간은 10초 남짓. 이 순간을 위해 선수들은 훨씬 긴 시간을 쏟아부어 준비한다.
특히 다른 스키종목과 달리 키와 체중, 스키 길이의 상관관계가 경기력을 좌우할 만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라 선수들은 복싱이나 유도처럼 체급별로 나뉘어 경기하는 종목만큼이나 철저하게 체중을 관리해야 한다.
스키점프에선 기본적으로 스키가 길수록 떠오르려는 힘(양력)이 세져 비행 거리가 늘기 때문에 유리하다는 게 정설이다.
스키의 길이는 키의 1.45배까지 쓸 수 있도록 규정으로 제한됐는데, 최대치를 쓰려면 키에 따른 기준 체중을 넘어야 한다.
키의 1.45배에 해당하는 길이의 스키를 사용하려면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1에 해당하는 무게를 넘어야 한다. 이보다 가벼우면 더 짧은 스키를 써야 한다.
이를테면 키가 170㎝인 선수에게 규정상 가장 긴 스키 길이는 247㎝인데, 이 길이대로 쓰려면 몸무게가 60.7㎏를 넘어야 한다.
그렇다고 체중을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특성상 몸이 무거우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선수의 몸무게가 1kg 가벼워지면 비거리가 2∼4m 늘어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BMI 기준이 적용된 건 선수들이 이런 가벼움의 장점을 취하려 지나치게 체중을 줄여 건강을 해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스키점프 선수들이 무리하게 체중을 조절하려다 거식증 등 섭식장애에 시달리는 사례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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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몸무게가 바뀔 때마다 그에 맞게 스키를 마련할 수도 없는 만큼 결국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기준에 딱 맞는 체중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다.
체중관리와 체력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선수들은 최대한 가볍게 식사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다. 운동량이 많은 선수에겐 가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은퇴 후 무엇이 가장 해보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체중 신경 안 쓰고 나도 야식 좀 먹어보고 싶다'고 답할 것 같다. 우리는 못 먹어서 키가 안 큰 것 같다"는 국가대표 최흥철의 말은 몸 관리 부담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렇게 선수 입장에선 맞추기 고통스럽기까지 한 기준이 생긴 데는 스키 길이 제한이 없던 시절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아시아 선수들이 긴 스키를 타고 좋은 성적을 낸 전례 때문이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일본이 라지힐 개인전에서 금·동메달, 노멀힐 개인전에서 은메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가져가면서 유럽 쪽에서 반발이 일자 그 여파로 길이 제한이 등장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라지힐과 노멀힐 모두 시몬 암만(스위스)이 가져가는 등 나가노 대회 이후엔 올림픽에서 유럽 강세가 두드러졌다.
일본은 나가노 대회 이후 4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전 은메달 하나, 단체전 동메달 하나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다른 아시아 국가는 메달권에 들지도 못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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