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한 틈을 타 러시아가 이 지역에서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AP통신은 러시아가 이집트와 서로의 공군기지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협약 초안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가 승인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집트도 곧 서명할 것으로 보이는 이 협약이 체결되면 러시아 전투기가 이집트의 공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협약은 5년간 유지되며 양측이 합의하면 연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리비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러시아가 중동에서의 기반을 넓혀 북아프리카와 홍해, 지중해 등지로 세력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집트는 1950∼196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이 집권한 후 아랍에서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국가였지만 무하마드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권좌에 오르면서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했었다.
그러다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고 교역을 확대하면서 러시아 무기 도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장 강력한 아랍 동맹국 가운데 하나였던 이집트와 미국의 관계가 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집트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모욕으로 보이는 공군기지에 관한 잠정협약을 러시아와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를 부분적 대비책이나 울타리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