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재판 결과 '과도한 비난'에 우려 표명한 대법원장

입력 2017-12-01 17:40  

[연합시론] 재판 결과 `과도한 비난'에 우려 표명한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정치적 이유로 재판 결과를 비난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은 1일 대법원에서 열린 고 이일규 전 대법원장 10주기 추념식에서 "요즈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 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걱정되는 행태"라고 말했다. 최근 '적폐청산' 수사과정에서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나고, 구속된 피의자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되는 일이 이어지면서 정치권 등에서 일부 판사를 강력하게 비판하는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다. 사법부 독립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김 대법원장으로서는 그대로 지나치기 어려운 사태였을 것이다. 판결을 비판하는 쪽도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의 독립성이라는 가치를 생각해 보면 대법원장의 우려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다.



김 대법원장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또는 마치 그러한 영향력이 있는 듯이 가장하려는 시도 때문"이라고 봤다. 때로는 여론을 가장해, 때로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해, 때로는 사법부 주요 정책 추진과 연계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가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러고는 "법관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것은 여전히 숭고한 사명"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여기에 덧붙여 사법부 내부의 법관 독립이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판결에 대한 외부의 지나친 비판도 문제지만, 법관들을 줄 세워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법원 내부의 시도가 있었다면 그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고 문제가 있다면 고쳐지길 바란다.



인신구속 문제에 있어 법원과 검찰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처벌과 진상규명을 추구해야 하지만, 법원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과 공판중심주의를 중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적폐청산 수사와 같이 국민 관심이 큰 사안에서는 중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이 첨예한 논쟁을 부를 수 있고, 때로는 같은 법원 내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와 큰 사회적 파장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모든 판결을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판결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여론이 재판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내려진 판결이라면 일단 수용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만약 어떤 시대적 요구에 맞는 정치적 요구가 판결의 방향을 옭아맨다면, 그 반대의 정치적 흐름이 생겼을 때는 종전의 판결이 뒤집히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이는 사법체계의 훼손으로 귀결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한 가지다. 법원은 과도한 정치적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되며, 사법부는 스스로 정치적 오해를 받을 소지를 없애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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