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업자와 구청 간 소송전…주민 반대 속 항소심 판결 주목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대구에서 화장장을 갖춘 동물장례식장 건립 문제를 놓고 업자와 구청 간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다른 지역보다 특히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곳이다 보니 동물을 장례 지내는 시설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등록 반려동물 100만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여론과 법 규정 사이에서 행정당국의 고민이 깊다.
◇ "동물 화장장은 안 돼" 주민 반대
대구 달서구에서 동물 장례 관련 일을 하는 A씨는 지난 3월 서구 상리동에 동물 장묘시설을 짓겠다며 서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다.
연면적 632.7㎡에 지상 2층 규모로 동물 화장장, 장례식장, 납골당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졌다.
주민과 근처 학교 학부모 등 1천여명이 반대 의사를 구청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안 그래도 하수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등이 있는데 동물 화장시설까지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서구청은 주민과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A씨에게 건축 허가 신청 보완을 요구하는 등 줄다리기를 벌였다.
그러나 결국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서구청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난 5월 허가를 반려했다. 주민 반대가 심하고 환경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 "적법한데 왜 안돼?" 업자 행정소송
건축 허가가 반려되자 A씨는 5월 말 대구지방법원에 건축허가신청반려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A씨는 "법적 문제가 없는데 명확한 이유 없이 민원을 이유로 허가를 반려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0월말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물 장묘시설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고 행정당국의 반려 처분이 개인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봤다.
A씨는 "등록된 반려동물이 대구에만 5만 마리가 넘는데 동물 화장시설 한곳 없다"며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법원 판결을 반겼다.
◇ "그래도 안 돼" 구청 항소 제기
소송에 진 서구청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고심 끝에 지난달 말 항소했다.
구청 측은 "주민 반대만 있는 게 아니라 해당 시설이 들어설 부지가 농지 전용이어서 개발로 인한 환경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있었기 때문에 허가를 반려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구청 측은 또 대구와 가까운 경북지역에 동물 화장장이 있는데 굳이 주민 반대를 무릅쓰며 무리하게 대구 시내에 관련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설사 건축 허가를 내준다고 해도 주민 반발이 거세 실제 동물장례식장을 건립하기까지 엄청나게 큰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합의 도출 실패… 법원 판결 '주목'
업자와 주민, 구청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다 보니 항소심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관련 소송 결과를 보면 행정기관이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9월 관련 재판에서 "동물장례식장은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설로서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행정기관이 개발 신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현행법상 동물 장묘시설은 허가가 아닌 등록사항이라서 요건만 갖추면 당국이 규제할 방법이 없다.
해마다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면서 사체 처리 건수도 그만큼 늘어나 갈수록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반려동물 사체는 일반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처리하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화장 등 방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동물 장묘시설을 찾는 사람도 계속 늘어 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김모(35·여·대구)씨는 "사람처럼 동물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단순히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