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첫 만남…터키 작가 사바하틴 알리 소설 출간

입력 2017-12-02 11:00   수정 2017-12-02 18:09

강렬한 첫 만남…터키 작가 사바하틴 알리 소설 출간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처음 번역돼…치밀한 서사와 유려한 문체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첫 만남이 강렬하다. 터키에서 추앙받는 작가 사바하틴 알리(1907∼1948)의 소설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학고재)가 번역 출간됐다. 한국에 소개되는 이 작가의 첫 작품이다.

사바하틴 알리는 1943년 이 소설을 내놓고 빛을 보기도 전에 정치적 탄압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비운의 작가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1930년대 터키 농촌 현실을 그린 소설과 시를 발표하다가 1932년 당시 대통령인 아타튀르크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공무원 자격도 박탈당했다. 1946년에는 동료 작가인 아지즈 네신과 함께 풍자 주간지 '마르코 파샤'를 발행해 검열 표적이 되고 두 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출소 뒤 계속된 정치적 탄압으로 망명을 시도해 1948년 국경을 넘다 극우 인사에게 살해당했다. 이후 그는 터키 젊은이들에게 저항의 아이콘이자 '반드시 읽어야 하는 작가'로 떠올랐다.

대표작인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는 출간된 지 7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터키 문학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권위 있는 영국 출판사 펭귄북스의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는 등 세계적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작품을 줄곧 옮겨온 번역가 이난아 씨가 맡았다. 그는 "세계 문학사에서 사랑의 열정을 가장 멋지게 그려낸 소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구라도 책장을 넘기는 순간 단숨에 읽어내려갈 것이 분명하다"고 소개했다.

이 소설의 핵심은 한 남자가 겪는 사랑의 격정과 아픔이지만, 도입부에 교묘한 액자식 구성을 취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처음에 화자로 등장하는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다 최근 정리해고로 실직한 상태다. 무기력하게 거리를 부유하며 자존심과 수치심 사이에서 번민하는 모습은 지금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내적 갈등과 똑같다. 젊은 고학력 구직자의 심정을 이렇게 잘 표현한 소설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섬세한 필치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상황이 곤궁해지고 당장 내일 필요한 것조차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몰릴수록 나의 소심함과 부끄러움은 더 커져갔다. (중략) 주위에 사람이 절실했지만 그럴수록 그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본문 9∼10쪽)

'나'는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옛 학교 동창을 만난다. 제법 큰 회사의 과장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그는 나에게 일자리를 구해준다. 굴욕을 견디며 이 회사에 들어간 나는 사무실에서 '라이프 에펜디'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는 매우 조용하고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떤 계기로 인해 나는 그가 겉으로 보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고, 그의 진짜 내면을 알고 싶은 궁금증에 애를 태운다. 그가 병에 걸려 생명이 위독한 순간 나는 그에게서 노트 한 권을 받는다. 거기에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일생일대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폭풍같이 다가온 사랑에 안절부절못하는 남자의 내면 소용돌이와 진정한 사랑을 찾으며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여성의 불안정한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독자는 이들의 관계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하며 계속 따라가게 되는데, 그 긴장감이 추리소설급이다.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과 우정, 인간관계의 본질에 관한 치열한 탐구 끝에 나온 소설로 보인다.

312쪽. 1만4천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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