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수출 증가세, 반도체 착시현상만으로 보기 어려워"
"글로벌 반도체 업황 악화해도 우리 기업은 별무영향"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최근 호조세지만 '반도체 착시 효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쳐 이를 제외하면 올해 수출 증가세도 사실상 '거품'에 가깝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면 실제로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올해 수출이 별 볼 일 없는 상황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다른 분야 수출도 올해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5천24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증가했다.
여기에서 반도체 수출액 883억달러를 제외해도 수출은 작년보다 10.8%나 늘어났다. 반도체의 활약에 가렸을 뿐 다른 분야 수출도 상당히 증가한 셈이다.
올해 수출 증가의 품목별 기여도를 살펴봐도 반도체가 무려 42.9%에 달해 압도적으로 높지만 석유화학(10.4%)과 선박(10.4%), 석유제품(10.1%) 등도 꽤 높은 편이다.
철강(7.4%), 일반기계(5.5%), 자동차(4.2%), 디스플레이(3.4%) 등도 수출 증가에 한몫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올해 1~9월 '반도체 제외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13.7%(전체 수출 증가율 18.5%)로, 중국(5.9%, 전체는 5.6%)이나 일본(8.0%, 전체는 8.1%)보다 훨씬 높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최근 우리 수출은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수출 증가세를 '반도체 나 홀로 호황'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수출이 증가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로봇,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 수출도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상승세가 글로벌 경기를 등에 업은 '반짝 호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세계 업황이 악화하더라도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체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선제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로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수출에서도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호황을 넘어선 성장세를 보여 수출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우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세계 시장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해외시장이 나아졌다고 시장 흐름만 탄 게 아니라 우리 반도체 수출 자체의 경쟁력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54.9%에 달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같은기간 대만은 15.5%였고 독일 12.6%(1~7월), 일본 9.4%(1~9월), 미국 5.3%(1~8월) 등이 뒤를 이었다.
[표] 최근 수출에서 반도체 제외시 실적(억 달러, 전년동기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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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분│2014 │2015│2016│2017.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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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수출(a) │5,727(2.3)│ 5,768(-8.0)│ 4,954(-5.9)│ 5,248(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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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b) │ 626(9.6)│629(0.4)│ 622(-1.1)│ 88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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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제외(a-b)│5,101(1.5)│ 4,639(-9.1)│ 4,332(-6.6)│ 4,36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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