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넘치는 마크롱 때문에…佛 여당의원들 "힘들다 힘들어"

입력 2017-12-02 06:00  

의욕 넘치는 마크롱 때문에…佛 여당의원들 "힘들다 힘들어"

총선 후 하원 구성되자마자 정부發 연쇄 개혁입법 드라이브

여당의원 절반 정치경험 없는 신인…야당 "칼퇴근 원하면 다른 일 찾아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개혁 드라이브에 집권여당의 '새내기' 의원들이 육체적 한계까지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취임 직후부터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대테러법 등 굵직한 법안들이 정부발(發)로 몰아닥쳐 정치신인 위주로 채워진 여당 의원들이 내용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조차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1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의 초선의원들이 법안을 제대로 들여다볼 시간을 원하고 있다면서 일부 의원은 육체적 한계까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여당 소속 파비앙 구트파르드 하원의원은 "읽고, 쓰고, 생각할 시간도 없다. 여섯 살짜리 아들이 성탄절에는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재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5월 취임한 뒤 6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뒤 프랑스 하원(국민의회)은 대통령이 직접 챙긴 주요 국정과제 법안들을 5개월간 숨 가쁘게 처리해왔다.

프랑스 기업의 해고 권한을 확대하고 노조의 권한을 약화하는 등 노동 유연성을 확대한 노동시장 구조개편, 경찰의 테테러 수사·정보수집 권한을 강화한 테러방지법 개정, 의원과 각료들의 특권을 줄인 정치개혁 입법, 법인세 인하와 부유세 축소안 등 프랑스 전반적인 '체질개혁'을 목표로 한 굵직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하원의석의 과반을 점하며 창당 1년 만에 제1당으로 도약한 LREM은 절반가량이 의정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로 채워진 것도 여당의 '피로감'에 한몫했다.

초선의원이 절반 이상인 집권당에 다소간의 '학습' 시간이 필요했음에도 개원하자마자 각종 법안에 치이면서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를 여당이 뒷받침하기 어려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다 상임위 회의에서 중복되는 내용의 회의들이 겹치는 등 프랑스 하원의 업무시스템 '비효율'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의원들은 더욱더 시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여당의 파콤 뤼팽 의원은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전체회의와 상임위 회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작 제대로 법안을 들여다볼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15∼16개 이상의 의정활동 관련 대화방에 참여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법안 검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급기야 건강과 생활의 리듬을 챙기자는 여당 내 초선의원 모임까지 생겼다. 영어로 'Care'라는 이름이 붙은 이 비공식 모임은 과도한 업무를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의정활동을 모색한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이런 '앓는 소리'에 기가 찬다는 반응도 나온다.

제1야당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크리스티앙 자콥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피곤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 웃기지도 않는다. 9시 출근해서 5시 칼퇴근하려면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같은 당 비르지니 뒤비-뮐러 의원도 "직전 의회와 별로 달라진 것 없다. 국회의원이 되려 했다면 어떤 일을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책임이 막중한 일을 하는 데 피곤하다는 게 웬 말이냐"고 쏘아붙였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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