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연속 본선 나섰지만 2002년 '4강 신화' 외엔 고작 2승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1954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한국의 월드컵 본선 도전사는 영광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만큼 굴욕의 순간도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가운데 우리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다시 도전에 나선다.
한국은 전쟁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대표팀이 기차와 미 군용기를 타고 60여 시간을 여행해 경기 시작 10시간 전에 스위스에 입성한 일화는 유명하다.
어렵게 대회에 나섰으나 한국은 헝가리, 터키와의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16골을 얻어맞고 2패를 기록한 뒤 돌아서야 했다.
이후 한국은 오랜 기간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다시 출전한 건 32년 만인 1986년 멕시코 대회다.
1무 2패로 조 최하위는 피하지 못했으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박창선이 역사적인 본선 첫 골을 터뜨렸고, 불가리아와의 2차전에선 1-1로 비겨 '첫 승점'을 기록했다.
4년 뒤 이탈리아 대회에 다시 나섰으나 2차전 스페인을 상대로 황보관이 한 골을 넣었을 뿐 3연패를 당해 탈락의 쓴맛을 봤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선 처음으로 조별리그 최하위를 탈출해 3위에 자리했다. 본선 첫 승의 희망을 발견한 대회였다.
당시 한국은 스페인, 볼리비아와 연이어 무승부를 기록한 뒤 독일과의 3차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줬으나 후반에 2골을 넣는 투혼을 발휘하고 2-3으로 졌다.
4년이 지나 차범근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큰 기대 속에 프랑스 월드컵에 나섰으나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에 1-3, 2차전 네덜란드에 0-5로 연패하면서 실망감을 안겼다. 최종 성적은 1무 2패 E조 최하위였다.
차범근 당시 감독은 네덜란드전 패배 이후 현지에서 해임돼 짐을 쌌다.
2002년 개최국으로 맞이한 한일 월드컵은 한국 축구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격파해 꿈에 그리던 월드컵 첫 승을 거뒀고, 2차전에선 미국과 1-1로 비겼다. 이어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사상 첫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선 이탈리아와 연장 승부 끝에 2-1로 이겼고, 8강전에선 승부차기 혈투에서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제치고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독일과의 준결승전(0-1), 터키와의 3위 결정전(2-3)에선 패하며 대회를 마쳤으나 거스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그야말로 국민 영웅으로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이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통과를 기대했지만, 한국은 조 3위(1승 1무 1패)에 그쳐 다시 토너먼트에선 남의 잔치를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선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일궜다.
1차전 그리스에 2-0으로 승리한 대표팀은 2차전 리오넬 메시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했다. 3차전 나이지리아와의 무승부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전에선 우루과이에 1-2로 졌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2002년 영웅'인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대표팀은 2연속 16강 진출의 꿈을 부풀렸다.
조별리그 1차전 러시아와 1-1 무승부를 거뒀으나 2차전 알제리에 2-4로 패해 비판의 중심에 섰다. 벨기에와의 3차전에서도 0-1로 져 H조 꼴찌로 대회를 마쳤다. 선수 선발 논란 등 후폭풍이 불어 홍명보 감독은 사퇴해야 했다.
4년 만에 설욕에 나서야 할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최하위권이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도전이 눈앞에 놓였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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