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못넘은 여당, 예산처리 큰 부담…향후 협상 '가시밭길'

입력 2017-12-02 22:34  

여소야대 못넘은 여당, 예산처리 큰 부담…향후 협상 '가시밭길'

원내지도부 '침통'…"민생·경제 등에 악영향 우려, 준예산 걱정까지"

'캐스팅보터' 국민의당 우군 못 만들어…"여소야대 돌파전략 미비" 지적도

공무원 증원 등 핵심 쟁점 여전히 고민…"협상 주도권 잃을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가 2일 끝내 무산되면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소야대의 장벽 앞에서 능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특히 연말까지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해 초유의 '준예산' 사태마저 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벌써부터 흘러나오면서 자칫 민생·경제정책을 포함한 국정운영 전반이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를 원만하게 이끌고 협상 타결을 책임진 여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오고는 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됐다는 점에서 그만큼 철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일단 민주당은 협상의 끈을 이어가면서 4일 본회의에서의 예산안 처리에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걸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시한을 한 번 넘긴 데다 공무원 증원 등 핵심쟁점에 대한 대립은 여전한 상황이어서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공무원 증원 문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등 핵심쟁점을 두고 막판까지 야당을 설득했으나 끝내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두 사안 모두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철학을 담고 있는 예산이었던 만큼 여야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시한 내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셈이 됐고, 결국 선진화법 적용 이후 사실상 처음 예산안 법정시한을 넘기는 '오명'을 쓰게 됐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느낀 듯 본회의장에서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일관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침통한 표정으로 "어렵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여소야대 국회라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 역시 구두논평에서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첫 사례가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며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절실하게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 국회 관계자는 "여소야대만 아니었다면 최악의 경우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고려할 수 있었겠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동의 없이 직권으로 예산안을 올려도 부결될 것이 뻔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야당과 합의 없이는 법안도 예산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진 것도 6개월 이상 흘렀다. 구조적인 한계는 있지만, 이를 돌파할 방안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는 것도 여당의 역할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번 예산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호남 KTX 정책협의회를 가동하는 등 국민의당에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캐스팅보터'인 제3당을 완전히 우군으로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또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을 자극해 예결위 소소위가 파행하는 등 원만하지 못한 모습도 노출했다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후 야당과 계속 협상하면서 4일에야말로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강 원내대변인도 "4일에는 민생과 경제를 위해 야당이 대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후 협상은 이제까지보다 더 험난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여당이 '최종 방어선'으로 강조해 온 법정기한 내 처리가 무산되면서 이후 협상에서는 여당의 주도권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어차피 시한을 넘겼다는 점에서 야권이 협상 속도를 조절하려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그 부담은 상당 부분 여당이 떠안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 증원·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안정자금 등 핵심 예산에서 이견을 좁혀야 한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으로서는 기한을 맞추기 위해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선까지 모두 제시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과 입장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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