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법정시한 또 위반…선진화법도 무력화한 '식물국회'

입력 2017-12-02 22:28   수정 2017-12-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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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법정시한 또 위반…선진화법도 무력화한 '식물국회'

여야 극심한 진통 끝 2일까지 합의 못해…표결 처리 4일 이후로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 당일인 2일까지 지지부진한 협상을 벌이다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이로써 국회는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헌법에서 정한 법정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는 큰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회는 해마다 예산안 처리를 두고 날카로운 여야 대치로 국민을 피로하게 하는 구태를 반복하지 말자며 선진화법을 만들었지만, 법을 시행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이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식물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야는 앞서 지난달 초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할 때부터 늑장 예산처리의 조짐을 보였다.

예결위는 장기간의 추석 연휴로 예년보다 다소 늦게 예산 심사를 시작한 데다 예결 소위에 돌입한 후 유독 평행선 같은 여야 의견 대립을 노출했다.

예결 소위는 감액심사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여당 3당 간사에게 논의를 위임하는 소소위를 가동했으나 이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이어 여야 3당 원내 지도부는 막판에 '2+2+2' 협상 틀로 극적인 협상 타결을 시도했지만, 여당은 여소야대 정국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양보 없는 원안 고수를 탓하며 법정시한에 이르도록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야 3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9가지 핵심 쟁점 가운데 상당 부분 입장차를 좁혔으나, 공무원 증원 규모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기금 지급 기한 등에서 계속 불협화음을 냈다.

오는 4일 추가 협상을 위한 원내대표 회동과 본회의를 연다고 해도 당일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를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해 예산안이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는 선진화법 도입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간 셈이다.





앞서 국회는 2013년도 예산안을 2013년 1월 1일 오전 6시 5분 처리해 해를 넘기는 부끄러운 기록을 남긴 바 있다. 2014년도 예산안은 2014년 1월 1일 오전 5시 15분에야 통과시켰다.

선진화법이 시행된 후 예산안 처리 지연은 비교적 개선됐다.

매년 12월 1일의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가 도입되면서 해를 넘기는 일은 사라졌다. 특히 제도 도입 원년인 2014년에는 국회가 처음으로 법정시한을 준수해 찬사를 받았다.

이후에도 비록 수정안 정리를 위한 전산 작업에 시간이 걸려 표결이 자정을 넘기기는 했지만, 여야가 자정 이전 합의에 이른 덕분에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간을 한나절 이상 넘긴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2015년에는 여야 공방 끝에 법정시한을 48분가량 넘겼고, 작년에는 2017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 이튿날인 12월 3일 오전 3시 57분에 가까스로 처리했다.

이를 두고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29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선진화법이 생기고 나서 매번 법정시한 내 예산안을 처리했다"며 "그 전통은 지켜나가는 것이 옳고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또 1일 밤늦게 여야 원내 지도부가 협상 중인 국회 의원회관을 깜짝 방문해 법정시한 내 처리를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의 독려가 무색하게도 이날 여야 합의 실패로 새로운 국회의 전통은 실망스럽게 깨지고 말았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의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한 첫 번째 사례를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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