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강공 자제하며 물밑 접촉…국민의당 협조 견인 모색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3일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허무는 예산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야당의 태도변화를 호소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등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예산인 만큼 양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새 정부의 첫 예산을 야당이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 및 페이스북 글을 통해 "새 정부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는 야당도 인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막겠다고 하니까 부딪히는 것"이라면서 "우리도 원칙을 훼손하면서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본질적 원칙에 대해 야당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는 저희에게 맡겨달라"면서 "새로운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현장 공무원 증원이나 일자리안정기금 등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공약이자 국정과제인 만큼 야당이 새 정부 첫해부터 막아서선 안 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공무원 증원 규모를 애초 1만2천명에서 1만500명으로 다소 낮췄으나 더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과 소방, 근로감독관 등 필요한 인력 충원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야당의 우려를 일부 수용할 수 있으나 2019년 예산에 미리 제한을 가하면 탄력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내년 3조원 예산을 원안대로 반영하되 2019년에는 1조5천억원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나, 현시점에서 미리 숫자를 못 박기는 어렵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당 원내핵심관계자는 "야당의 합리적인 주장은 반영하겠지만, 내년도 예산은 사람·소득 중심의 예산으로 그 원칙이나 정신이 훼손되는 수준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처럼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할 경우 향후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동수당이나 기초·장애인연금, 건보재정 문제 등 다른 예산 쟁점에 대해 양보하고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문제도 타협안을 낸 만큼 이제는 야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야당이 내부 교통정리가 안 돼 최종적인 결단을 못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야당 내부에서 강경론이 커질 경우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야 공세를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당 논평도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 대신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하는 발언으로 채워졌다.
특히 민주당은 4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예산안 처리를 위한 물밑 접촉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가진 국민의당과의 소통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예산안 처리문제에 대해 긍정적 태도로 돌아설 경우 한국당도 자세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당도 여러 고민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약간 차이를 갖고 정부·여당의 의지를 꺾겠다고 하기보다는 새롭게 일을 해볼 기회를 한번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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