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아주대 병원으로 후송하며 감압시술 등 응급조처한 내용 보도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뭔가 하지 않으면 15분쯤 지나 숨을 거두리라 직감했죠. 산 것 자체가 정말 기적입니다."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블랙호크 헬기 후송 때 기내 응급구호를 맡은 미8군 소속 고펄 싱(39) 의료담당 부사관의 기억은 생생했다.
전역을 2주 앞둔 싱 부사관은 귀순 과정에서 5발의 총상을 입은 이 병사가 북한군인지도, 또 그런 사연으로 다쳤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저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싱은 무엇보다, 모로 몸을 움직여 앉으려고 애쓰는 부상병의 모습을 지켜보고 긴박하게 판단하고 대응했다고 한다.
일단 "총상(구멍)을 통해 가슴 안쪽으로 공기가 들어간다는 신호"로 간주했다는 게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전한 싱의 판단이었다.
당시 병사는 어깨, 가슴, 복부에 총격을 당해 과 출혈 위험이 따랐다. 싱은 그런 병사를 대상으로 지혈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기로 신체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감압 시술을 했다.
싱은 "가슴에 난 총상 구멍이 공기로 꽉 차면 심장과 허파, 그 밖의 모든 것이 압박받아 숨질 걸 알았던 것"이라며 시술 배경을 밝혔다.
그런 뒤 헬기가 뜨고 이동을 시작했는데도 병사는 숨쉬기가 어려워 사경을 헤맸고 쇼크 상태에 막 빠져들 처지였다고 싱은 회상했다. 손발은 창백해지고 맥박은 약해졌고 그럴수록 싱의 목소리는 커졌다.
싱은 "헬기 조종사들은 내 목소리로 환자가 정말 죽어가는 상황이구나 하는 걸 눈치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싱은 부상한 병사를 두고 "영양실조로 보여 북한군인가 하고 의심한 건 사실이지만 환자 상태는 자기 신분을 암시할 어떤 특징도 보이질 않았다"고 했다. WP는 헬기 승무원들이 부상자가 북한군인 걸 안 시점은 헬기가 치료를 담당한 아주대 병원에 도착한 이후라고 했다.
싱 중사는 "정말 기적이다. 헬기에서 그를 볼 때부터 난 그가 숨질 거로 생각했다"며 기뻐했다.
WP는 후송 헬기의 두 조종사 네이선 검, 에릭 티러는 조종간 출력을 최대한 높여 날았다며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승무 최고책임자인 캐럴 무어 특무관은 "병사가 사망하지 않게끔 하려고 20여 분을 쉼 없이 챙기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고 말했다고 WP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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