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결국 무산됐다. 여야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지원 예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4일 오후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같은 날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다시 담판에 나선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견해차가 너무 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여야는 휴일인 3일에도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법정시한 내 처리가 불발된 데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 신경전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 정부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인정을 해야 하는데 야당이 그걸 안 하니까 부딪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4일 본회의는 새해 예산안 처리의 마지노선"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제는 여당이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여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공약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고 했다.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공무원 증원과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일자리안정기금(3조 원)이다. 내년도 공무원 증원 규모에 대해 민주당은 정부 원안 1만2천 명에서 다소 줄어든 1만500명 선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국당은 7천 명, 국민의 당은 9천 명 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측은 공공부문 일자리 1만2천 명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1호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1만500명 증원에서 더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공무원 증원은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그 이후의 미래 세대에도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수정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안정기금에 대해서도 야당은 '1년 시한'을 주장했지만, 여당은 시한을 두지 말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법인세 및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여야는 맞서고 있다.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새해 예산안은 법정시한 내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만 정부가 새해 1월 1일부터 필요한 예산을 적시에 투입하는 등 효율적인 재정 집행을 할 수 있다. 여야는 비록 법정시한은 넘겼지만 하루빨리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동시에 예산의 낭비적 요소가 있는지, 국가재정에 지나친 부담을 줄 요인은 없는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헌법상 예산안 편성 및 제출권은 행정부에 있지만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부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여야는 최대 쟁점인 공무원 1만2천 명 증원 문제에 대해 우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바란다. 공무원 1만2천 명 증원 예산은 5년간 공무원 17만 4천 명을 증원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편성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 공약을 이행하려면 인건비와 연금 등으로 해마다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면서 공무원 증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당은 가능한 정부 원안을 관철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에 타당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꽉 막힌 협상에 숨통이 트이고 절충의 가능성도 열릴 것이다. 야당도 이번 예산안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편성된 새해 예산안인 만큼 가능하면 협조한다는 자세로 유연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예산안 처리가 계속 늦어지면 정치권 전체에 그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야 모두 한 걸음씩 물러나 주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타협하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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