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전남 순천 송광사에 있다가 1910년대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님의 초상화가 제자리를 찾게 됐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장인 고경 스님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국대박물관 특별전에 전시된 '묵암당 진영'을 일본의 개인 소장자와 협의해 환수하기로 했다"며 "전시가 8일에 끝나면 송광사의 다른 유물과 함께 가져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묵암당 진영은 18세기 승려인 묵암 최눌(默菴 最訥, 1717∼1790)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짐작되는 회화다. 묵암은 주로 전남 지역에서 활동했고, 송광사 보조암에서 입적했다.
이 그림은 정보를 알려주는 화기(畵記)가 따로 남아 있지는 않다. 다만 그림 뒤쪽에 표구하면서 기록한 일왕의 연호인 '쇼와'(昭和, 1926∼1989)라는 글자가 있다.
고경 스님은 "송광사에 딸린 암자인 보조암과 은적암은 경술국치 이전에 의병의 근거지로 사용되다가 일본 헌병이 습격하면서 전소하다시피 했다"며 "당시에 일본인이 묵암당 진영을 빼돌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박물관장인 정우택 동국대 교수는 "신체 비례가 과장되지 않고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의 묘사가 정확하다"며 "초상화 위쪽에 표현된 장식 요소인 풍대(風帶)가 있는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화풍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생전의 스님 모습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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