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향해 "백기투항 요구해선 안돼"…공무원 증원 8천860명 제안
"한국당과 궤를 같이한다는 건 오해"…여론역풍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설승은 기자 =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협상이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넘긴 뒤에도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민의당은 4일 "시간의 압박 때문에 정부·여당에 무조건 협조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특히 핵심 쟁점인 공무원 증원 등과 관련해선 여당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유지하는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는 등 '캐스팅 보터'로서 예산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부각시켰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정부의 공약이행이나 정책집행의 발목을 잡는 데 사실상 자유한국당과 공조하는 것으로 비쳐지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거세지면서, 지도부의 기류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법정 시한을 넘기면 야당이 여론을 못 견뎌 양보할 것이라는 엉뚱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 2중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최근 호남 KTX 사업 관련 정책협의를 연 데 이어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가 조찬회동을 하면서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력체계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안 대표가 나서서 이런 관측에 선을 그은 셈이다.
최명길 최고위원 역시 "외환위기 때 저승사자와 같던 미셸 캉드쉬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예산으로 기업의 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준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무슨 말을 했겠나"라며 "정부는 '시한을 넘기면 야당이 욕을 먹지, 여당이 욕을 먹느냐'는 태도로 백기 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여당이 우리를 압박하려 할 수 있지만, 시간은 여당의 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 등에 대안을 내면서 이번 예산 협상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정책위의장은 "공무원 증원과 관련, 현장직과 내근직을 나눠 감원요인 등을 계산한 결과 8천860명 증원이 매우 합리적인 선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 정도면 중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 내에서는 여론의 역풍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너무 늦지 않게 예산안 통과에 협조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호남 중진의원인 유성엽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무원 증원이나 일자리 안정자금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꼭 해야 한다고 하니 '국민의당은 반대한다'는 의견을 병기해 통과시켜주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에 반대한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에 이례적으로 강력히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우리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일축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한 언론에서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짜고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상위 10%를 배제했다고 하던데, 국민의당은 맞춤형 복지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것"이라며 "한정된 재원 안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해 최대한 절충점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 한국당이 '야권연대'를 이뤄 예산안에 반대한다는 식의 분위가 퍼지고 이에 대한 여론이 점점 나빠질 경우 국민의당 지도부가 느끼는 예산안 협조 압박 역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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