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본질 지키겠다", "협치의 손 잡아달라" 강온 전략
국민의당 설득에 총력…"한국당 뺀 예산안 표결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일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12월 2일) 안에 처리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 사과하고 야당의 대승적인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민주당은 특히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축소하고 기초연금 인상 시기를 미루는 등 야당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을 반영한 예산을 무조건 양보하기는 어렵다는 여당으로서의 '원칙'도 분명히 했다.
민주당 '투톱'인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제히 국민에게 송구하다며 고개를 재차 숙이면서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예산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추 대표는 "2014년 선진화법 시행 후 처음으로 예산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 염원이 담긴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당장 이달 발표 예정인 혁신성장대책뿐 아니라 긴급한 정책시행부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야당은 국민의 요구를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 원내대표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 국회 선진화법 시행 후 법정 시한을 넘겨 예산안을 처리한 최초의 여당 원내대표라는 불명예보다 더 중요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남은 협상에서도 유연하게 타협하되 새 정부 국정운영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만은 없을 것"이라며 "오늘 본회의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여야 합의가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예산은 결국 타이밍"이라며 "새해 예산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것은 민생안정과 국가 경제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최선을 다해 야당과의 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야당도 정부·여당이 내미는 민생안정과 협치의 손을 맞잡아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야당도 국민이 지지하고 동의한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을 이유로 정부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오직 민생과 경제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할 뿐"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 전 극적인 협상 타결을 목표로 내건 민주당은 특히 국민의당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합의를 이뤄야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김동철 대표와 단둘이 조찬회동을 하고 예산안 협상을 이어갔다. 다시 한 번 입장차를 확인했지만,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을 함께 논의하며 공감대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9일 국민의당과 호남고속철도 2단계 노선을 무안공항으로 경유하도록 건설하는 방안에 합의한 바 있다.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호남 지역의 숙원사업을 받아들임으로써 국민의당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됐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한국당이 끝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국민의당과 합의한 예산안을 상정해 표결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국민의당과만 손잡고 예산안 처리를 시도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국당은 명분도 실리도 다 놓치게 돼 자연스럽게 3당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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