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나이에도 고용 선장…경력 30∼40년 '베테랑'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출항한 지 수 분 만인 3일 336t 급유선과 부딪혀 전복된 낚시 어선 선창1호(9.77t)는 바다에서 한평생을 함께한 선장을 잃었다.
이날 새벽 일어난 충돌 사고로 실종된 선장 오모(70)씨는 영흥도에서 태어나 거의 고향 섬을 떠나지 않은 토박이다.
온화한 성격인 그는 고희의 나이에도 영흥도에서 낚시업체를 운영하는 선주 소유의 선창1호를 마치 자식처럼 끔찍이 아끼며 운영해왔다.
한 낚시업체 업주는 "오 선장은 잠깐 외지에 나갔다가 들어온 기간 빼고는 대부분을 영흥도에서 살았다"며 "이쪽 해역에서 배를 탄 경력만 30∼40년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씨는 평소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었다"며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술은 입조차 잘 대지 않았던 바다의 일꾼으로 기억했다.
낚시 어선을 운항하려면 해기사 면허가 반드시 있어야 해 오씨도 일찌감치 5t 이상 선박을 몰 수 있는 소형 선박 조종사 면허를 땄다.
해기사 유효 기간이 끝난 2015년 5월에도 면허를 갱신해 한평생 바다와의 연을 계속 이어왔다.
오씨는 영흥도 일대 해역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을 만큼 바다와 동고동락한 베테랑 선장이다.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포인트로 승객들을 인도해야 하는 낚시 어선 특성상 당연했다.
그런 만큼 내년 즈음에는 자기 배를 꼭 사 단골 낚시객들을 태우겠다는 꿈을 키워왔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3일 이른 새벽 서둘러 영흥도 진두항에 나와 낚시객 20명을 태우고 떠난 '바다의 사나이' 오씨는 아직 소식이 없다.
사고 당시 선창1호 선내에서 사투를 벌이던 승객 13명 중 2명은 생환했지만, 베테랑 선장은 보이질 않았다.
20명의 승객 대부분이 선실 안에 있었던 점으로 미뤄 오씨도 배 안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사고 지점 인근 해상과 육상을 9개 구역으로 나눠 실종된 오씨와 승객 이모 씨를 이틀째 찾고 있다.
실종자들이 해류를 따라 육지로 떠내려올 때를 대비해 육상에서는 경찰관과 군인 1천300여 명이 수색 작업 중이다.
해경은 사고 지점 주변 양식장으로 실종자가 떠내려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영흥도와 선재도 어민들에게도 협조를 구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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