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경기 3차례나 중단되는 사태, 탈의실엔 산소호흡기 비치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크리켓 시합을 하러 인도 수도 뉴델리를 방문한 스리랑카 대표팀이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곤욕을 치렀다.
4일 인도 영문일간지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스리랑카 대표팀 선수들은 전날 뉴델리 페로즈 샤 코틀라 운동장에서 열린 인도와 크리켓 테스트 매치(5일간 진행되는 국가대표 크리켓팀 공식 시합) 이틀째 경기에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출전했다.
스리랑카 선수 일부가 짙은 스모그 속에서 시합하는 바람에 계속 구토가 난다고 호소해 이날 시합은 3차례나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크리켓 공식 경기가 대기오염을 이유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뉴델리 서부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433㎍/㎥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일평균 기준치 25㎍/㎥의 17배가 넘었다. 인도 정부가 자체 발표하는 공기질지수(AQI)도 0∼500 가운데 351로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닉 포타스 스리랑카 대표팀 코치는 "구토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어 탈의실에 산소호흡기를 갖다놨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합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오염에 관한 크리켓 규정이 많지 않다"면서 "국제크리켓위원회(ICC)가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K.칸나 인도 크리켓위원회 임시회장은 "대부분 뉴델리가 아닌 다른 지역 출신인 인도 선수들과 2만 명의 관중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스리랑카 팀이 왜 이런 소동을 만드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라트 아룬 인도 대표팀 코치도 "조건은 양 팀에 똑같다"면서 스리랑카가 홈팀인 인도의 기세를 흔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기오염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라자트 차우한 박사는 "이 시기에 뉴델리에서는 크리켓이나 골프, 마라톤과 같은 대규모 야외 스포츠 행사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면서 "선수들뿐 아니라 크리켓을 구경하는 관중에게도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델리는 지난달 7일 시내 PM 2.5 농도가 1천㎍/㎥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스모그가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에서도 지난달 20일 3만5천 명이 참가한 델리 하프마라톤이 열리는 등 뉴델리에서는 여러 야외 스포츠 행사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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