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영원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메이저대회에서 포효하는 모습을 내년에는 볼 수 있을까?
10개월 만에 치른 대회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부활의 청신호를 켜자 우즈의 복귀 일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즈는 필드에 복귀한 건 맞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투어 대회에 복귀한 건 아니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공인한 대회일 뿐 정규 투어 대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PGA투어 정규 대회는 12월에는 쉬고 내년 1월 4일 센추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부터 재개된다.
우즈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마친 뒤 "언제 다시 대회에 나올지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즈 캠프에서는 내년 1월 말 열리는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을 복귀 무대로 꼽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우즈의 대변인 노릇도 종종 수행하는 캐디 조 라카바는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이 유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이 우즈의 투어 복귀전이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 개최지 토리파인스 골프 클럽은 우즈의 안방이다. 우즈는 이곳에서 무려 7차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에서 3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6승을 올렸고, 2008년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치른 US오픈을 제패했다.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까지 7주라는 넉넉한 시간이 남았다.
지난해에도 우즈는 파머스 인슈런스 오픈을 복귀 무대로 삼았다. 그러나 2라운드 합계 4오버파라는 실망스러운 스코어를 남긴 채 컷 탈락했다.
우즈가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복귀전을 더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는 우즈는 4월에 열리는 마스터스를 겨냥해 복귀 일정을 짤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우즈의 눈높이는 투어 대회 우승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즈가 우승 경쟁을 할 만큼 경기력을 회복하려고 재활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가진 메이저대회 최다승 기록(18승) 경신이다.
14승에서 멈춘 메이저대회 우승 행진에 시동을 다시 걸기에는 마스터스가 제격이라는 게 우즈 캠프의 판단이다.
마스터스는 우즈가 메이저대회 우승 물꼬를 텄고 통산 4회 우승에 2차례 준우승, 그리고 모두 13차례 톱10에 입상한 텃밭이나 다름없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파워를 앞세운 '영건'보다는 경험이 많은 노장에게 자주 우승 기회를 내주는 특징이 있다는 사실도 우즈에겐 반갑다.
니클라우스도 메이저대회 18번째 우승을 46세 때 마스터스에서 이뤄냈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보인 우즈의 경기력은 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다툴 수준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NBC와 골프채널에서 활동하며 독설을 서슴지 않는 유명 해설가 브랜든 챔블리는 "우승을 다투는 수준으로 경기력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내 판단이 틀렸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우즈의 경기력은 전성기 때를 방불케 했다.
'그럭저럭 봐줄 만했다'는 박한 평가를 받았던 작년과는 딴판이었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다.
몸 상태와 멘탈, 그리고 쇼트게임 능력이었다.
몸 상태와 멘탈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스윙 스피드와 볼 스피드는 당장 PGA투어에서도 20위 이내에 들어갈 만큼 뛰어났다. 아이언으로 280야드를 날리는 것은 어지간한 스윙 스피드로는 해내지 못한다.
전성기 때처럼 힘찬 스윙을 해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였고 어떤 통증도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몸 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사실 지난해 우즈는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는데도 투어 복귀를 서둘렀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건 우즈의 멘탈이었다.
무엇보다 볼을 치는 데 두려움을 느끼거나 주저하는 모습이 없었다. 볼을 향해 다가서는 발걸음에 활기가 넘쳤다.
4라운드 내내 그의 표정은 밝았다. 마치 억지로 이 일을 한다는 표정은 어디에도 없었다.
우즈의 이런 긍정적인 멘탈을 읽을 수 있었던 곳은 그린이었다.
우즈의 퍼트는 매번 홀을 지나갈 만큼 강했다. 전성기에 자주 보였던 확신에 찬 퍼트였다.
때론 홀을 훌쩍 지나는 실수가 나왔지만 짧거나 확신이 없어 치다마는 퍼트 스트로크는 보지 못했다.
1.2m에서 3m 거리 파퍼트도 거의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즈의 단단한 멘탈을 입증한 대목이다.
많은 전문가는 쇼트게임에서 우즈의 실수를 지적했다.
하지만 골프 평론가 T.J. 오클레어는 "우즈의 쇼트게임이 불안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크게 우려할만한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말했다.
정상급 선수라도 오랜 공백을 겪으면 쇼트게임 감각을 회복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우즈는 1라운드 때 어이없는 칩샷 실수는 두 차례나 보였지만 다음날에는 멋진 칩샷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그린에서 웨지를 사용해 핀 80㎝에 붙이는 묘기는 우즈의 천재성이 금세 되살아났음을 알렸다.
실전이 거듭될수록 쇼트게임 감각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다.
이번 대회에서 확인된 건 단지 우즈의 경기력 뿐은 아니다.
우즈의 야망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팬들은 느꼈다. 우즈는 이번 복귀전에서 분명하게 최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야심을 보였다.
오클레어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운동선수는 이런 야망을 잃어버리기 일쑤"라면서 "더는 이룰 게 없는 경우에 그렇다. 이룰 게 남아있다 해도 심각한 부상에 오래 시달리면서 고통스러운 재활을 해야 한다면, 이런 고생을 해가며 다시 일어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기 마련인데 우즈는 그걸 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돌아온 우즈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오는 4월 마스터스에서 타이거의 포효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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