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수폰 배터리 아끼며 버텼다…에어포켓서 낚시객 극적 생환

입력 2017-12-04 23:01   수정 2017-12-05 08:11

방수폰 배터리 아끼며 버텼다…에어포켓서 낚시객 극적 생환

30대 친구 3명 뒤집힌 배 안에서 2시간 43분 버텨
산소 희박해져 말도 아끼며 구조 기다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최은지 기자 = "물이 차갑고 산소가 부족한 것도 힘들었지만 이대로 죽는 걸 기다려야 한다는 두려움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인천 영흥도 낚싯배 추돌 사고 생존자 중 심모(31)씨 등 3명은 선창1호(9.77t급) 내부 '에어포켓'에서 무려 2시간 43분간 사투를 벌인 끝에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애초 3일 오전 6시 5분 사고 발생 후 7시 43분 인천구조대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경은 이들이 오전 8시 48분에 구조됐다고 4일 확인했다.
심씨 일행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당시 상황을 힘들게 떠올렸다.
심씨는 이모(32)·정모(32)씨 등 친구 2명과 함께 사고 당시 선창1호 조타실 아래 작은 선실에 있었다.
10여 명이 한꺼번에 머무를 수 있는 선실은 이미 다른 낚시객들로 꽉 차 어쩔 수 없이 조타실 아래쪽 쪽방 같은 선실에 머물렀다.
사고는 출항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발생했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며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다.
심씨는 "배가 뒤집히고 잠시 후 전등이 나가면서 깜깜해졌다"며 "낚싯배 밖으로 나가려는데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방수가 되는 스마트폰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심씨 일행이 있던 작은 선실에는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전 물에 잠기지 않아 공기층이 형성된 '에어포켓'이 남아 있었다.
그와 친구들은 칠흑 같은 어둠과 차가운 바닷물이 목까지 찬 상태에서 해경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산소가 점점 부족해지며 숨이 계속 차올랐다. 말을 하면 산소가 더 빨리 닳을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구조대와 유일한 연결 채널인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도 점점 줄어들어 불안감은 커졌다. 자신들의 위치를 GPS 화면으로 구조대에 보낼 때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등 최소한의 전화통화만 하며 배터리를 아꼈다.
사고 후 약 1시간 30분이 지나 물 속에 있는 다리가 점점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괴로울 때쯤 다행히 썰물로 물이 더 빠지며 배에 공기가 좀 더 공급됐고, 3명이 모두 올라갈 수 있는 선반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심씨는 "산소가 소진돼 답답할 때쯤 다행히 다시 숨을 좀 쉴 수 있게 됐다"며 "밖에 햇빛도 보여 어떤 상황인지 보다가 해경 대원들을 보고 "여기 사람 있다"고 외쳤고 그때 구조됐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들이 뒤집힌 배 안에서 3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몸이 계속 물에 잠겨 있진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고 당시 수온은 10.5도로 국제해상수색구조매뉴얼(IAMSAR)에 따르면 익수자의 생존 예상시간은 3시간 미만이다. 만일 이들이 선반 위로 몸을 피하지 못하고 계속 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도 있었다.
이들은 현재 병원에서 계속 치료 중이지만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 일행은 기적과 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조타실 뒤 큰 선실에 머물던 낚시객 상당수는 다른 운명을 맞았다.
이씨는 "뒤쪽 큰 선실은 낚싯배가 전복한 뒤 곧바로 물이 다 차올랐을 것"이라며 "사고 직후 큰 선실 쪽에서는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조타실 쪽 작은 선실은 배 아래 쪽까지 바닥이 낮았고 큰 선실은 바닥이 높았다"며 "배가 뒤집혀 선내로 물이 차올랐을 때 조타실은 천장과 사이에 얼굴 크기의 에어포켓이 남았던 것"이라고 추정했다.
선창1호는 3일 영흥도 남서방 1마일 해상에서 급유선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승선원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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