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리멸렬하던 이탈리아 좌파 정당들이 반(反) 마피아 치안 판사 출신의 피에트로 그라쏘 상원의장을 중심으로 진영을 재정비,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초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진보운동(MDP)과 이탈리아 좌파당(SI), 가능당 등 3개 좌파 정당들은 3일 로마에서 좌파 정당 연합 회의를 개최, 새로운 좌파 연합 정당 격인 '자유와 평등'(Liberi e Uguali)의 창설을 선언했다.
이탈리아의 사회적 불평등의 타개를 목표로 내건 '자유와 평등'의 새 대표는 마피아와의 싸움에 선봉에 섰던 판사 출신의 그라쏘 상원의장이 맡는다.
좌파 진영은 정가에서 신망이 두터운 그라쏘 의장이 지난 10월 말 민주당을 탈당하자 그를 범 좌파 진영의 구심점으로 삼아 집권 민주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방안을 선택했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새로운 선거법 개정안을 내각 신임 투표에 연계한 것에 반발해 민주당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전 민주당 대표 등을 주축으로 한 MDP를 비롯한 좌파 정당들은 렌치 전 총리가 당을 너무 오른쪽으로 끌고 간다고 주장하며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으나, 좌파 정당을 모두 합쳐도 5%를 약간 웃도는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심해왔다.
좌파의 새로운 구심점이 된 그라쏘 대표는 "정치를 하는 것은 영광이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다. 정치에 이탈리아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 주변부에서부터 점차 고조되고 있는 극우 열풍을 막고, 가장 소외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자유와 평등'이 민주당의 표를 분산시켜 내년 총선에서 결국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과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을 돕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민주당의 비판에 대해 "우리에게 던지는 표가 진정으로 쓸모 있는 표가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MDP 소속의 로베르토 스페란차 의원은 4일 이탈리아 공영 방송 RAI에 출연, "그라쏘 대표는 렌치나 오성운동의 창립자 베페 그릴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처럼 쇼맨십으로 정치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가에 직접 봉사한 경력을 지닌 진지한 정치인"이라며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좌파 진영이 대중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년 3∼5월 사이에 실시될 예정인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 정당 북부동맹(LN), 이탈리아형제당(FDI)이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이 최다 의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