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3해병기동군, 유사시 하루 내에 한국 도착…"만반 대비태세"
(기노완·나하=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 해병 항공 기지는 겨울인데도 온통 녹색 잔디가 돋아 있었고 한국의 5월을 연상케 하는 따스한 바람이 불었다.
기지 비행장에는 공격헬기인 AH-1S '코브라' 1대가 작전을 마치고 서서히 착륙하고 있었다.
미군은 지난달 30일 연합뉴스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에 후텐마 기지를 공개했다. 후텐마 기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 해병대 항공 전력이 주둔하는 곳으로, 유사시 미 증원전력을 한반도로 전개하는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이기도 하다.
일본 열도 서남쪽에 있는 섬인 오키나와에는 후텐마 기지 외에도 가데나(嘉手納) 공군 기지, 화이트 비치 해군 기지 등 주일미군의 핵심 기지가 몰려 있다. 가데나와 화이트 비치도 유엔사 후방 기지다.
해병 항공 기지인 후텐마 기지는 오키나와의 유엔사 후방 기지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띤다.
유사시 한반도로 가장 먼저 출동하는 미 증원전력이 주일 미 제3 해병기동군이고 후텐마 기지는 이들에게 항공 전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제3 해병기동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하루 안에 도착해 작전을 개시할 수 있다.
후텐마 기지 비행장에는 코브라 외에도 수직 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 대형 수송헬기 CH-53E '슈퍼 스텔리언' 등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헬기 여러 대가 출동 대기 중이었다. 미 해병대는 이들 장비를 활용해 육상·해상·공중을 아우르는 입체적 작전을 펼치고 기동성을 극대화한다.
한국 취재진을 안내한 미 해병대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언제든지 급파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 군은 서울 방어를 위한 요충지인 서북도서 지역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 해병대 증원전력을 신속하게 전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로런스 니콜슨 제3 해병기동군 사령관(중장)도 지난 3월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방문해 유사시 서북도서에 미 해병대 전력을 급파하겠다고 밝혔다.
후텐마 기지가 있는 오키나와에는 주일미군 병력 5만여명의 절반 이상이 배치돼 있다. 세계적 관광지인 오키나와가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띠는 이유다.
그러나 후텐마 기지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미군 주둔에 대한 오키나와 주민의 반대로 기지 이전과 대규모 병력 재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후텐마 기지는 기노완시 한복판에 있어 비행장 소음과 야간 조명 등으로 주민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로 후텐마 기지 비행장에서는 주거 지역 건물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였다.
지난달에는 오키나와 나하(那覇)시에서 미 해병대원이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가 60대 주민을 치어 숨지게 해 미군 기지 반대 여론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미군은 후텐마 기지를 주민에게 반환하고 오키나와 나고(名護)시에 들어설 헤노코(邊野古) 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 또한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미국 정부와 군 당국에서도 오키나와에 지나치게 많은 병력이 집중돼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군은 오키나와에 있는 병력의 상당수를 괌이나 하와이 등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미군은 오키나와의 병력을 재배치하더라도 유사시 미 증원전력을 한반도에 신속하게 전개하는 데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후텐마 기지에서 만난 미군 관계자도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가 북한의 위협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취재진은 지난 1일에는 오키나와 나하시에 있는 일본 항공자위대 기지도 방문했다. 항공자위대 기지 가운데 가장 큰 곳이다.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과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이 겹치는 부분과 가까워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기지 활주로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주력인 전투기 F-15J 여러 대와 공중조기경보기 E-2C '호크아이', 훈련기 T-4 등이 늘어서 있었다.
일본 자위대는 유사시 한반도로 미 증원전력을 전개하는 유엔사 후방 기지를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한국 안보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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