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뉴스] 돼지 분뇨에 시름 하는 만내골

입력 2017-12-05 09:52  

[카메라뉴스] 돼지 분뇨에 시름 하는 만내골

(홍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30년 동안 여름에도 창문을 못 열고 삽니다."
강원 홍천군 홍천읍 결운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흥진(76)씨는 악취가 풍기는 돼지농장을 가리키며 하소연했다.


지난 4일 오후 홍천 화촌면 송정리의 한 돈사 옆. 대형 굴삭기가 5m 깊이로 판 구덩이는 검은 흙과 함께 탁한 물이 잔뜩 고여있었다.
이곳은 지난 4월과 6월 돼지농장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이 오염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구덩이를 파낸 현장이다.
당시 굴삭기가 땅을 파내자 검은색 흙과 함께 흙탕물이 흘러나오고 악취가 진동했다.
주민들은 돼지농장에서 무단 배출한 분뇨가 마을 대부분을 이미 오염시켰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돈사 200여m 옆에 사는 이완익(78)씨는 "농장이 3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데 분뇨를 어디에 얼마나 버렸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오염된 물을 수십년 마시고 살았다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말했다.
해당 농장은 1982년부터 운영되온 곳으로 현재 3천여 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기간 분뇨가 어느 정도 버려졌는지 파악조차 힘든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땅을 오염시킨 분뇨가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행정당국은 뒤늦게 오염 문제를 파악한 후 토질,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원인 규명은 부진한 모습이다.


군 관계자는 "예산을 반영해 내년에 토양조사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돈사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자 결운리, 송정리, 와동리 등 인근 피해 주민들은 만내골주민대책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매일 군청 로비 바닥에 앉아 피켓시위를 벌이며 축사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국 만내골주민대책위원장은 "만내골은 홍천강에서 900여m 떨어진 청정구역인데 분뇨로 인한 악취와 수질, 토양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돈사 내부 토양에 대한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 양지웅 기자)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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