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찾아 南에 온 병사 자랑스러워…우리는 할 일 하는 것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지난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에 대한 외신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CNN은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이 병사가 아주대병원에 도착, 응급수술을 받는 긴박한 순간을 담은 영상을 4일(현지시간) 독점 공개했다. 의료진이 직접 촬영하거나 병원 CCTV에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군 당국의 허가를 거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중증외상센터장)로부터 제공받았다.
동영상은 미군 헬기가 아주대 헬리패드(헬기착륙장)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미군과 의료진이 담요와 보호대로 싸인 북한군 병사를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달린다.
외상 병동을 거쳐 수술실에서 5시간 이상 수술이 진행됐다. 의료진이 수술대 위로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이 교수가 병사의 장기에서 거대한 기생충을 제거하는 모습도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이 교수는 헬리패드에서 그를 처음 봤다. 이 교수는 위태로웠던 당시 상황에 대해 "깨진 항아리 같았다. (피를 너무 흘려서) 충분히 수혈할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 수술대에서는 바이털 사인이 너무 불안정해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가 살아난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자유와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이에요. 말이 쉽지 정말 하기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존경합니다."
수술 후 병사의 회복 속도는 의료진도 놀랄 정도로 빨랐고, 이제는 걷고 말하고 화장실도 혼자 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결핵과 B형간염 증세는 나아지고 있지만 간 기능이 문제다. 정신적으로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악몽으로 괴로워하고 가끔은 여전히 북한에 있다고 생각해 두려워한다고 한다. 이 교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병실에 태극기를 걸었다.
"여기가 진짜 남한이 맞느냐"고 물으면 "봐라. 북한에 태극기가 있는 것 봤느냐"고 답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소녀시대 노래 등 K팝을 틀어주고 TV도 보여줬다. 처음으로 본 영화는 트랜스 포터 3이었다. 북한에서 미국과 한국 TV 드라마가 인기라고 말했을 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귀순병사의 법 공부에 관심 있다고 말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번 치료로 이 교수는 다시 한 번 국내외의 조명을 받았다.
CNN은 한국인들이 이 교수가 귀순병사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에 사로잡혔고, 병사의 생존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고 병원에서 잠을 자는 이 교수의 고단한 삶도 언급했다.
"사람들은 제가 나라를 자랑스럽다고 여겨서 이 병사를 살리려는 이유라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완전히 틀렸어요. 여기서 보시듯 우리는 매일 우리 일을 하는 겁니다." 이 교수가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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