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협상…與 원칙사수·국민의당 실리확보·한국당 한계절감

입력 2017-12-05 11:54   수정 2017-12-0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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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협상…與 원칙사수·국민의당 실리확보·한국당 한계절감

與, 주요예산 사실상 관철…"2중대 없다"던 국민의당, 여당 손들어줘
국민의당, 호남고속철·선거구제 논의 등 성과…한국당 구체적 성과 못내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이슬기 기자 =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타결되면서 여야 각 당의 성적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원칙을 지키면서 예산을 상당 부분 지켜냈고,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존재감 부각과 더불어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성과 없이 한계를 절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한 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40석의 의석을 가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터'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가령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안정자금 문제가 정리된 방식도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절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공무원 증원 문제의 경우 정부안은 1만2천221명이었고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의 법정시한이었던 2일까지 1만500명을 고수했다. 당시 한국당은 7천명 안팎을, 국민의당은 8천~9천명으로 맞섰다.
국민의당은 지난 4일 최종협상에서 8천870명을 제시했고 결국 민주당 협상안의 중간선인 9천475명으로 합의됐다. 한국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 유보 입장을 밝혔다.
어쨌든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일자리 공약이 이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고, '세금으로 공무원 일자리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당도 자신들의 주장을 일부 관철시켰다.
또 다른 쟁점인 일자리안정자금의 경우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타결됐다는 분석이 많다. 내년도 예산은 유지하되 내후년도부터는 어떻게 할지를 부대 의견에 담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민주당의 마지노선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내후년도에는 지원이 아예 불가하다는 입장이었고, 국민의당은 내후년도에 지원규모를 올해의 절반(1조5천억원)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가 최종적으로 2019년도에는 올해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부대 의견을 다는 것에 동의했다.
정부·여당 역시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 규모를 점차 줄이고 간접지원으로 돌린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런 부대 의견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법인세 인상 역시 한국당이 유보 입장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조율을 통해 합의안에 반영됐다.
국민의당은 과표구간 신설에 부정적이었으나 과표기준을 상향(2천억원에서 3천억원)하고 세율은 정부 안대로 유지하는 수정안에 동의해줬고, 이 덕분에 정부·여당은 초고소득 증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히 야당에서 시행시기 유예 주장이 나왔던 소득세 인상안은 정부 원안을 그대로 관철했다.
이밖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등도 정부·여당의 방향을 유지하면서 국민의당 등의 입장이 일부 반영되는 식으로 정리됐다는 평가다.
이처럼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서 "여당 2중대는 없다"면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국민의당이 같은 야당인 한국당 대신 여당인 민주당 손을 들어준 것은 예산 국회 과정에서 진행된 두 당간 공조 영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민의당과 정책협의회를 열고 호남고속철도(KTX) 2단계 노선의 무안공항 경유 방안을 정부 계획과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같은 달 30일에는 새만금개발공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새만금사업 특별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시 협력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4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전에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국민의당의 관심사항인 개헌 및 선거구제 개편추진에 대한 여당의 의지를 재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설득해 예산 기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터로서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며 일부 문제 예산을 조정하는 동시에 관심 예산을 확보하는 실속을 챙긴 셈이다.
반면 한국당은 국민의당이 민주당 편으로 돌아서면서 수적 열세를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됐다. 아울러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중간에서 그렇게 하니 우리로서는 별 방법이 없다"면서 "그게 현실 아니겠냐"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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