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국민의당,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이런 일 반복되면 신뢰 금 가"
안철수 "예산안 조속 통과 위한 고충"…호남계 "바른정당과 정체성 달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고상민 기자 = 정책연대협의체를 구성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5일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의 합의안을 두고 정반대의 평가를 내렸다.
두 당이 정책공조의 첫 시험대에서부터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연대·통합 추진에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캐스팅보트의 위력을 재확인한 국민의당은 합의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특히 KTX 무안공항 경유 노선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합의를 끌어내는 등 호남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적지 않게 반영시켰고,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진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실속을 챙겼기 때문이다.
김경진 원내대변인은 전날 의원총회 후 "우리가 주도해서 적절한 합의안을 도출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책연대 파트너인 바른정당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이날 유승민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야당의 예산안 합의를 비판하면서 "특히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면서도 잘못된 합의안에 서명한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협의체를 통해 당의 입장을 예산안 협상에 반영하려 했는데 국민의당이 합의과정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인식이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과 관련해 최종 합의안이 바른정당의 입장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양당의 정책연대에도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예산안 합의를 지렛대 삼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바른정당은 쓴소리를 했다.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했다는 합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그 형식과 절차가 밀실합의 같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당은 곧장 '해명'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바른정당 달래기에 나선 모습이다.
'당대당 통합'을 염두에 두고 통합논의 확대를 모색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로선 정책연대부터 삐걱대는 모습으로 비칠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도 (바른정당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증원에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최대한 빨리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고충이 있었다"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원내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대표의 발언에 대해 "소소위와 부대의견 수정요구 반영 등 최종 협상결과를 갖고 다시 바른정당과 얘기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유승민 대표와 만나 예산안 합의 과정에 바른정당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통합 반대파인 호남계 의원들은 이번 불협화음을 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이 애초 잘못된 일이었다며 다시 공세를 펼 조짐도 감지된다.
박주현 의원은 통화에서 "애초 바른정당과의 정책협의는 정체성을 같이 한다기보다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 아닌가"라면서 "정책협의체가 통합의 매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바른정당 안팎에서는 이번 일을 당장 정책연대 무용론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도 섞여 나오고 있다.
정책연대협의체가 이제 갓 출범해 박자를 맞추고 있는 만큼 양당의 긴밀한 공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책연대 협의는 어차피 100% 똑같지 않다"면서 "같이 노력할 수 있는 공통 분모를 찾고자 협의체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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