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촌 유지·동예루살렘 포기·통치권 제한 등
NYT 해설보도…왕세자-팔'수반 회동에 트럼프 입김설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에 편향된 평화협상안을 팔레스타인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이 요동치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전했다.
사우디의 '실세 왕자'인 모하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평화협상안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지난달 사우디를 방문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역대 미국 정부가 채택했던 어떤 안보다도 더 이스라엘에 편향된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아바스 수반이 전한 대화 내용을 들었다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유럽 관리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는 팔레스타인 지도자 누구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팔레스타인은 그들의 독립 국가를 건립하게 되겠지만,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 강 서안 지역과 접경하지 않은 지역에서 그들의 영토에 대한 제한적인 통치권만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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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제사회가 불법으로 보는 서안 지역의 이스라엘 정착촌 대다수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팔레스타인은 장래 그들의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삼지 않을 것이고,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들의 귀환권도 없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는 팔레스타인이 장래 자신의 수도로 삼으려는 동예루살렘과 서안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압승을 거둔 후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강제 점령하고, 예루살렘 전체를 자국의 통일된 수도라고 주장하며 정착촌을 건설, 팔레스타인인들을 밀어냈다.
백악관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은 미국의 평화협상안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사우디 정부도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NYT는 이번 계획이 알려지면서 미국과 중동에서는 모하마드 왕세자가 미국인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조용히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팔레스타인을 압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움직인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입지가 약해진 아바스 수반이 의도적으로 자신이 사우디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궁금해한다고 NYT는 전했다.
또 팔레스타인과 고위 레바논 관리들은 모하마드 왕세자가 아바스 수반에게 자신이 말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임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까지 했다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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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마드 왕세자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 지원 대규모 확대로 해당 평화협상안을 받아들이도록 회유하고, 심지어 아바스 수반에게 직접 돈을 지불할 수도 있다고 제의했으나 아바스 수반이 거절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바스 수반의 대변인은 모하마드 왕세자와 아바스 수반 간 사우디 회동과 사우디의 제안에 대한 이야기를 "존재하지 않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에 중재자를 자임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지난 몇 달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을 오가며 중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곧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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