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치 서기 등 "서민 노고에 감사"…강제퇴거 조사 대학생은 미행·감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화재대책을 명분으로 하층민(低端人口)의 대규모 강제퇴거에 나섰던 중국 베이징(北京)시 지도부가 강한 비판 여론에 부랴부랴 민생 행보에 나섰다고 홍콩 명보가 5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공산당 서기와 천지닝(陳吉寧) 시장 등 시 간부들은 지난 3일 시청(西城)구 거리 시찰에 나서 30개 민생 조치의 이행 현황을 점검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측근이기도 한 차이 서기는 안후이(安徽)성에서 온 구두 수선공을 만나 "당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주민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도시에 꼭 필요한 것"이라며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각 간부는 봉사하는 정신으로 항상 인민의 삶과 안위를 염려해야 한다"며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시장도 "계층별로 맞춤형 정책을 강화해 모든 사람이 정부 정책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민생 행보는 시 당국의 하층민 강제퇴거에 대한 여론의 거센 비난을 의식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8일 밤 베이징시 외곽의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시 당국은 긴급 화재대책을 명목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렸다.
'농민공'으로 불리는 수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은 수일 내에 거주지를 떠나라는 시 정부의 명령에 아무 대책 없이 집을 비워야 했다. 시민단체 등이 이들에게 숙소와 생필품 등을 제공하려고 했으나, 시 당국은 이마저도 저지했다.
택배 기사, 가사 도우미 등 10만여 명에 달하는 하층 노동자들이 도시를 떠나자, 택배 업무가 마비되고 육아 도우미를 구하지 못하는 가정이 속출하는 등 그 여파가 컸다.
이에 100여 명의 지식인이 당 지도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으며, 온라인에서도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지도부의 서민 행보에도 불구하고 하층민 강제퇴거를 조사하던 대학생들은 미행과 감시를 당해야 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명보에 따르면 중국 명문대인 칭화대 학생 15명은 지난 3일 웨이신(微信·위챗)을 통해 만난 후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역인 피춘(皮村)을 방문해 하층민 강제퇴거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강제퇴거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정부의 폭력은 없었는지', '당국이 강제퇴거 후 주거대책은 마련했는지', '공익단체 등의 도움을 받을 방법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베이징시 공안(경찰) 당국은 이들의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15명 개개인의 성명과 전화번호 등을 모두 파악해 향후에도 감시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조사에 참여했던 한 여학생은 학교에 돌아온 뒤에야 이 사실을 깨닫고 "조사 중에는 미행당하고 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왜 당국이 작은 일을 크게 키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시 주둔 인민해방군은 유관기관과의 회의에서 시 당국의 도시계획에 대해 "수도 베이징의 비(非)수도 기능을 분산하려는 시 당국의 총체적인 도시계획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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