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여관 리모델링해 8일 개관…작고한 제주 작가 위주로 조명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사람들이 '제주 출신 대표적인 사진작가 작품을 보려면 산지천 갤러리에 가면 된다'고 할 정도로 주목받을 때까지는 무게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제주시 산지천 갤러리를 운영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박경훈 이사장은 5일 "제주 출신의 훌륭한 사진작가가 많지만, 도내 사진 전문 갤러리가 없다 보니 깊이 있게 조명한 적이 별로 없다"며 이곳을 사진사 적으로 성취를 이룬 작고한 제주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오는 8일 개관하는 산지천 갤러리는 제주시 원도심 탐라문화광장 내 보존건축물인 옛 여관 금성장·녹수장 건물을 새로 단장해 마련한 공간이다. 지난해 6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전시공간을 구성하고 내부를 꾸미기까지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4층에 전체 면적 1천218.75㎡다. 1층은 카페·사무공간이고 2∼4층은 전시공간이며 4층에 수장고가 마련돼 있다. 층마다 금성장과 녹수장 두 건물이 연결돼있어서 하나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명칭에는 이 일대에 담긴 오랜 역사와 함께 전승된 지명인 '산지천'을 반영해 갤러리가 있는 장소의 의미와 오랜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갤러리 개관과 함께 시작되는 첫 기획전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제주 출신 고 김수남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김수남, 아시아의 바다를 담다' 전이다.
김 작가는 한국의 굿과 아시아의 민속문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주를 비롯해 일본,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스리랑카 등지에서 바다를 접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제주도는 올해 초 김 작가 유족으로부터 사진 146점과 유품 62점을 인수했다. 인수한 작품은 앞으로 산지천 갤러리 수장고에서 보관되며, 이번 개관기념전에서 대중에 선보인다.
갤러리 2층에서는 어부, 해녀, 테우 등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3층 전시공간은 제주 영등굿과 일본 오키나와 해신제 등 바다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을 중심으로 채워 김 작가 작품세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의 신앙을 보여준다.
4층에는 인도네시아 발리 오 달란, 스리랑카 빼라 헤라 축제 등 아시아 바다 마을에서 열리는 다양한 축제의 장면이 펼쳐진다.
기획전은 내년 3월 31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갤러리 개관식은 오는 8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제주큰굿보존회의 성주풀이 열림굿에 이어 제막식, 기념테이프 커팅, 기획전시 관람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산지천 갤러리에서 1년에 4번 정도는 기획전을 열어 제주 출신 대가들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다룰 계획"이라며 "이곳이 산지천 부근에 오면 반드시 들르는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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