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협상'…오후 의총에서 행동전략 정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잠정 합의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5일 오전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합의문을 받을 수 없다는 반발 목소리가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말도 안 되는 협상'이라는 작심 비판과 더불어 이제라도 잠정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정우택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발언이 쏟아지면서 의총장은 격앙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일각에서는 임기를 열흘 남겨둔 정우택 원내대표 책임론까지 노골적으로 제기해 주목된다.
한국당 의원들이 가장 강하게 반발한 부분은 정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유보' 입장을 밝힌 공무원 증원과 법인세 인상 문제다.
나경원 의원은 이 두 가지 부분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주행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하며 "원내대표 합의는 의총의 추인을 받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그간의 국회 관행이었던 만큼 파기 선언을 하고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의원은 의총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행에 치중한 나머지 '역주행' 예산들을 밀어붙이며 국회 예산심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시대를 역행하는 예산안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의 재협상 선언 요구에 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동의받지 못했다는 것은 말하겠지만, 재협상 요구까지는 안 하겠다. 어차피 (재협상이) 불가능하지 않냐"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의원도 "법인세 인상은 기업하기 더 힘들게 하는 정책이고 공무원 증원도 잘못됐다"며 "(협상) 전략, 전술이 전부 잘못됐고 여당에 말렸다"고 성토했다.
이종구 의원도 "독일 헌법재판소에서도 국가권력이 개인이 번 돈을 50% 이상 가져가면 위헌이라고 선언한 바 있는데 소득세를 42%까지 올리고 지방소득세와 재산세, 준조세까지 합하면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산안이 통과되는 것은 사회주의를 선포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정종섭 의원은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지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협상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작심 비판한 뒤 "원내대표 사인은 의총 추인을 받지 못하면 효력이 없는 만큼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협상을 해놨다"거나 "정 원내대표가 협상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 발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예산안은 아무리 우리가 발버둥 쳐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합의한 이상) 통과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또 예산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라도 가능하면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현행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도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서는 12월 1일까지만 할 수 있게 돼 있어 추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격론을 벌였는데도 본회의 행동전략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예산안에 대한 '당론 반대'만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후에 다시 의총을 열어 행동전략을 논의, 확정하기로 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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