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전 대통령 피살된 예멘 '안갯속'…"내전 더 악화할 것"

입력 2017-12-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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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 전 대통령 피살된 예멘 '안갯속'…"내전 더 악화할 것"
이란측 후티 반군 득세에 사우디 주도 동맹군 공습 계속될듯
사우디-이란 대리전 격화 가능성…"중재자가 없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에 살해당하면서 예멘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갯속에 휩싸였다.
예멘이 3년째 이어진 내전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BBC는 5일(현지시간) 살레 피살에 따른 분석 기사에서 "중재 능력이 있는 살레의 죽음으로 예멘 내전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예멘이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살레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권좌에서 쫓겨난 아랍권의 대표적인 독재자 중 한명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혔다.
살레는 33년간 예멘을 통치했던 정치적 노련함과 협상력으로, 예멘에서 '메인 플레이어'로 통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며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동시에 시아파인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오가며 '줄타기'를 해왔다.
살레는 지난 2일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이 예멘 봉쇄를 풀고 공격을 중단한다면 휴전 중재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즉각 이 제안을 환영했으나 후티 반군은 그를 비난하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나 살레가 최근 후티 반군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살해당한 뒤 그 연결고리도 사라지게 됐다.
예멘의 앞날이 불확실성에 빠지면서 내전을 끝낼 요인들도 점차 설 자리를 잃게됐다.
살레의 죽음으로 후티 반군은 더욱 기세등등할 것으로 보인다. 후티 반군에 대한 살레 추종 세력의 보복 공격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후티 반군은 지난 엿새 동안 사나 시내에서 살레 추종 무장세력과 치열한 교전 끝에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군사적 개입은 더 노골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는 사나 시내에서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세력간 교전이 이어질 때도 후티 반군을 겨냥해 공습을 감행했다.
사우디는 인접국 예멘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의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2014년부터 내전에 개입해 후티 반군을 공격해 왔다.
사우디는 최근 이란의 무기 제공을 막겠다면서 지난 6일부터 예멘의 모든 항구와 공항, 육로 국경을 봉쇄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예멘 내전을 해결하려면 사실상 예멘 영토에서 '대리전'을 펼치는 사우디와 이란의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의 협상이 아닌 사우디와 이란이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동시에 유엔 등 국제사회와 미국이 이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의 중동 내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 파기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터라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우디와 이란 모두 상대방에게 예멘 내전에서 손을 떼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지역 패권국의 '네 탓' 공방의 무한순환 속에 예멘은 기약 없이 최악의 위기로 빠져들었다.
유엔에 따르면 사우디의 예멘 공습이 시작된 2015년 3월부터 약 8천900명이 폭격과 교전 등 폭력 행위로 숨졌고, 이들 가운데 60%는 민간인으로 추산된다. 부상자도 5만명에 달한다.
올해 4월부터 창궐한 콜레라에 90만명이 감염됐으며 인구의 70%인 2천만명에게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고 700만명이 당장 아사 위기에 처했다.
어린이 수십만 명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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