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서 '경계 155'·'더불어 평화'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서양화가 김정헌(71)이 1999년 그린 회화 '이상한 풍경'에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두 탑에 각각 태극기와 인공기가 걸려 있다.
탑 사이에는 군사시설물이 늘어서 있고, '꿀꺽꿀꺽'이나 '쾅쾅', '꺄' 같은 글씨가 캔버스 곳곳에 적혀 있다.
비무장지대 풍경을 묘사한 듯한 이 그림은 분단이 굳어진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전쟁 정전 이후 한반도의 허리를 경계로 남과 북이 단절되고 60여 년이 흐르면서 분단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은 어느덧 정상처럼 인식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분단의 비극을 다시 환기하고 통일의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통일테마전을 중구 서소문 본관에서 5일부터 열고 있다.
독일에 거주하는 작가인 강진모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21세기 모순이 고도로 집적된 나라로, 사회 문제를 파고 들어가면 결국 분단이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통일되지 않으면 대대손손 많은 분담 비용만 지불하다가 끝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통일부와 서울시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경계 155'와 '더불어 평화' 등 두 개의 전시로 구성된다. 작품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 15점과 1.5배수를 뽑은 뒤 전문가 심사를 거쳐 고른 64점 등 79점이 나왔다.
'경계 155'는 155마일(250㎞) 길이의 휴전선을 뜻한다. 디자이너 안상수가 자유로를 오가며 촬영한 사진 작품 '경계'를 비롯해 양지희가 탈북 청소년과 함께 제작한 '나의 살던 고향은', 2015년 남북을 모두 방문한 제인 진 카이젠의 사진 작품 등이 걸렸다.
두 번째 전시인 '더불어 평화'는 분단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로저 셰퍼드가 백두대간을 촬영한 사진들로 이뤄진 '북녘 백두대간의 산과 마을과 사람들', 류희의 영상 작품 '우리의 소원은 통일', 오윤의 기다란 걸개그림인 '통일대원도', 연합뉴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을 찍은 사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젊은이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부정적 시각이 커지고 있는 현실을 인지하고, 적대가 아니라 평화를 사유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4일까지 이어진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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