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등 '적폐사건' 수사를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에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각 부처에서 보내온 사건 중 중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연내에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으로부터 검찰에 수사 의뢰가 더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댓글 사건과 사법방해 의혹, 화이트리스트·블랙리스트 의혹 등 수사의 주요 부분이 정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전체가 한 가지 이슈에 너무 매달렸는데, 이런 일이 너무 오래 지속하는 것도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문 총장은 이어 "내년에는 민생사건 수사에 더 집중하겠다"며 고소사건 처리절차 개선과 건설·환경 등 분야별 중점 검찰청 추가 지정을 통해 형사부 수사역량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문 총장이 이런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은, 검찰 수사력을 집중해 진행 중인 적폐사건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일부일지 모르나 국민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 등 각 부처로부터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벌어진 불법행위 등에 대한 수사 의뢰와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부와 특수부 검사 전원에다 다른 검찰청 검사까지 파견받아 적폐수사에 집중해 왔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은 '정치보복 수사'라고 반발했고, 검찰 일각에서도 '하명수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과 사법방해 의혹, 화이트리스트·블랙리스트 의혹 등은 문 총장 지적대로 '헌정중단 사태'가 될 정도로 큰 문제가 내포돼 있거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의 검찰 수사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수사 의뢰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검찰에 '과부하'가 걸렸고, 이 과정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받던 현직 검사와 국정원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군 사이버사의 불법 정치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의자들이 법원의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자 검찰의 수사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총장은 지난 10월부터 서울중앙지검에 파견 검사를 증원하는 등 적폐사건 수사의 신속한 마무리를 독려해왔다. 그런 문 총장이 연내 수사 마무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데는 민생 분야에 대한 검찰 수사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뜻도 있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검찰 수사력이 적폐수사에 쏠리면서 민생 분야가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차제에 검찰은 적폐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무리한 압수수색, 피의사실 유출 등 문제점도 한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수사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자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문 총장은 이날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에 대해 통제를 받는 차원에서 각계 전문가 200여 명으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았던 관행에서 탈피해 외부 통제를 받겠다고 자처한 것이다. 이런 노력도 검찰 수사의 투명성과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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